금감원 적절한 조치 없어 `불법 방조'

7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1일 구속기소된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 회장 등 주요 임직원들이 이미 2년 전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재판과정에서 200억원 규모의 불법대출이 이뤄진 사실 등이 확인됐음에도 이후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불법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남겼다.

검찰은 2002년 박연호 회장, 김양 부회장, 강성우 감사 등 부산저축은행 임원 5명이 영남알프스 골프장, 전남 곡성골프장 사업과 관련해 임직원 친척 명의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뒤 사업성 검토없이 200억여원을 대출해줘 은행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로 2009년 이들을 기소했다.

김양 부회장은 엄창섭 전 울주군수에게 2억5천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2심 재판부는 뇌물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은행에 손해를 끼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배임 혐의는 무죄로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역시 "저축은행의 업무범위를 넘어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는 등 상호저축은행법 등 4개 법령을 위반했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했다.

이미 당시에 임직원 친인척 명의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불법대출을 통한 부동산 개발사업, SPC 명의대여자에 대한 급여 지급 등이 모두 드러났던 셈이다.

대검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그룹이 2001년부터 부동산 시행사업을 직접 수행했고, 이 무렵부터 금감원 직원이 은행에 수십일씩 상주하면서 여러차례 정기검사, 부분검사 등을 했는데도 상호저축은행법 등 위반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