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열풍에 문자투표 참여도↑..회당 수백만건 접수도
"가창력 외면한 인기투표" "대중 선호도 대변" 평가 엇갈려

100원짜리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한 통이 여러 사람을 울고 웃게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요 장치 중 하나인 문자투표 얘기다.

휴대전화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심사위원이 될 수 있는 문자투표 방식은 '온 국민이 인정하는 스타 발굴'이란 오디션 프로그램의 모토와 잘 맞아떨어진다.

이 때문에 문자투표는 어느덧 오디션 프로그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문자투표가 과연 최선의 심사방식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중투표 OK, 중복은 NO = MBC '위대한 탄생', tvN '오페라스타', 엠넷(Mnet) '슈퍼스타 K 시즌3', SBS '기적의 오디션' 등 현재 방송 중이거나 방송을 앞둔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문자투표를 심사의 주요 잣대로 사용한다.

문자투표 운용 방식은 '생방송 중 집계, 다중투표 허용, 중복투표 금지'로 같다.

시청자들은 경연이 진행되는 동안 마음에 드는 출연자의 이름 또는 기호를 문자로 전송하면 된다.

마음에 드는 출연자가 여러 명일 경우 여러 건의 문자를 보낼 수도 있지만, 특정 출연자 한 명에게 여러 건의 문자를 보낼 때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문자 1통을 전송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원(전송료 및 부가세 별도)이며, 문자투표로 인한 수익금은 공익 재단에 기부하는 것이 '정석'이다.

CJ E&M 계열사인 엠넷과 tvN의 경우 CJ 그룹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 'CJ 도너스 캠프'에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으며 MBC는 사회 공헌 자회사 '나눔'에, SBS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나눔 사업에 각각 수익금을 기탁할 예정이다.

tvN 이덕재 국장은 "'오페라스타'의 경우 문자투표 수익금의 절반은 이동통신사와 시스템 개발업체에 돌아가며 나머지는 '도너스 캠프'에 기부된다"면서 "오는 6월 시작하는 '코리아 갓 탤런트' 역시 같은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적의 오디션' 김용재 PD는 "'기적의 오디션'은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출연자의 재능 기부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수익금도 당연히 공익사업에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당 수만∼수백만건..사실상 당락 좌우 =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문자투표에 참여하는 시청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디션 열풍'의 주역인 엠넷 '슈퍼스타 K' 시리즈의 경우 시즌 1(2009)에서는 한 회 평균 문자 수신 건수가 12∼20만건 이었으나 시즌 2(2010)에서는 평균 70만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허각과 존박이 마지막 승부를 펼친 파이널 무대는 130만건이 넘는 문자가 도착해 '슈퍼스타 K 신드롬'이 허상이 아님을 입증했다.

MBC '위대한 탄생'은 지상파 방송이라는 이점에 힘입어 더 많은 '유권자'를 유치했다.

지난 8일 시작된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문자투표 건수는 1회 170만2천600여건, 2회 129만5천900여건, 3회 129만2천700여건에 이른다.

가수들의 오페라 도전기를 그린 tvN '오페라스타' 역시 매회 수만 건의 문자투표 건수를 기록 중이다.

tvN 이덕재 국장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장르인 오페라로도 매회 수만 건의 문자투표 기록이 나와 고무적"이라면서 "문자투표 덕에 생방송의 긴장감이 한층 배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성 없는 인기투표 불과" 공정성 시비도 = 문자투표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공정성 시비'도 거세지고 있다.

문자투표가 사실상 출연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도구로 쓰이다 보니 '전문성은 없고 인기투표만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멘토 후광효과' 논란에 시달리는 MBC '위대한 탄생'이다.

29일 방송된 '위대한 탄생' 생방송 4라운드에서는 심사위원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정희주가 탈락하고, 최하점을 받은 손진영이 기사회생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심사위원 점수 30%, 시청자 문자투표 70%라는 점수 합산 방식에 따라 문자투표에서 밀린 정희주가 탈락한 것이다.

손진영은 앞서 지난 22일 방송된 3라운드에서도 심사위원 평가에서 하위권을 기록한 뒤 문자투표로 살아났고, 당시 누리꾼들은 '손진영이 멘토인 김태원의 팬들 덕에 살아난 것'이란 분석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처음에 반영 비율을 갖고 고민을 많이 하긴 했지만 국민이 뽑는 스타라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시청자들도 단순히 좋아한다고 해서 투표한다고 보지 않는다.

냉정하게 무대를 보고 판단하는 시청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tvN 이덕재 국장 역시 "완성도도 없고 연습도 부족한 도전자에게 표를 던질 만큼 시청자가 우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실제 문자투표 결과를 보면 심사위원들이나 제작진이 예상한 결과와 비슷하게 나와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tvN '오페라스타'는 문자투표 결과로 상위 라운드 진출자를 가리며, 문자투표 하위 두 명을 상대로 최종 탈락자를 가릴 때만 심사위원 투표를 활용한다.

준결승부터는 아예 100% 문자투표로만 탈락자가 가려진다.

이 국장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에 출전할 국가대표를 뽑는 거라면 철저히 실력대로 평가하는 게 맞겠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결국 대중이 가장 원하는 스타를 발굴해 내는 프로그램"이라면서 "문자투표에 앞서 전문가 심사평이 제시되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도 결과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