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줄줄이 구속…저축銀 개입 포착
금융업계 '전관예우' 소문도 사실로

저축은행 불법대출을 비롯해 각종 금융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사정의 칼끝을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을 향해 겨냥하고 있다.

금감원 전·현직 간부와 직원이 비리 혐의로 최근 잇따라 체포·구속되면서 검찰이 금융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금감원 비리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댔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1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수혈받고도 서민경제의 짐이 된 저축은행의 부실사태 이면에 부도덕한 대주주나 경영진과 결탁한 감독기관의 비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상장사들의 각종 비리 역시 금감원 출신 인사들의 로비에 현직 직원이 응답하는 `전관예우'가 일정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금융업계에서 검찰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금감원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힘을 발휘하는 검찰권과 달리 사업상 인·허가권까지 쥐고 평소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관련업체나 참고인에게서 협조를 끌어내거나 비리 정보를 수집하기 힘들어 범죄 혐의가 있어도 수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전했다.

◇금감원 전·현직 줄줄이 구속 = 검찰은 지난달부터 대검 중앙수사부의 지휘하에 부산저축은행그룹, 보해저축은행, 도민저축은행, 삼화저축은행 등에 대한 동시다발 수사를 벌여 각 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을 구속한 데 이어 금감원으로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3일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 과정에서 적발한 비리 혐의로 금감원 부산지원 수석조사역(3급) 최모씨를 구속한 데 이어 광주지검은 25일 금감원 저축은행서비스국 부국장(2급) 정모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정씨는 보해저축은행 대표이사 오모씨에게서 `검사에서 선처해달라'는 명목으로 4천만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어 금명간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씨는 저축은행 비리에 금감원 고위간부가 직접 개입한 정황을 보여준 첫 사례여서 유사한 경우가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금감원 공시심사실 선임조사역(4급)으로 근무하면서 3천만원을 받고 부실기업의 유상증자를 허가해 주도록 부탁한 혐의(특가법상 뇌물 등)로 현직 황모씨와 선임조사역(4급)으로 근무하며 전환사채(CB) 신고서 수리 알선 청탁의 대가로 1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전직 조모씨를 이날 구속기소했다.

또 코스닥 상장사 대표에게서 금감원 로비 명목으로 5억6천만원을 받고 황씨와 조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전 금감원 직원 김모씨도 구속기소했다.

◇뚜렷한 견제수단 없어 = 1천500여명의 직원이 있는 금감원은 각종 금융범죄 혐의를 포착해 이송하는 수사기관 역할을 겸해 검찰과 평소 협조관계에 있는 데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금융기법 때문에 업무상 견제와 감독이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검찰 수사는 금감원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축은행 수사는 종래처럼 금감원 고발에 의존하지 않고 인지수사라 할 만큼 직접 증거물을 분석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저망인식 조사를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부장검사는 "이번 저축은행 수사는 금감원의 검사와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등 속도나 깊이 면에서 과거와 다르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선 부실 사태를 초래한 금감원의 기존 관리·감독 방식에 대한 책임 추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트로 비화되나 = 일각에서는 금감원에 대한 수사가 과거처럼 `게이트급' 비리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2000~2001년 진승현, 정현준, 이용호 게이트 등 신용금고(현 저축은행)가 연루된 불법대출과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또 2007년 김중회 전 금감원 부원장이 상호신용금고 인수와 관련 2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금융비리 수사를 섣불리 정·관계 로비로 연결짓는 시각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검찰이 금융비리를 수사 표적으로 삼은 데는 취임 이후 줄곧 금융비리 척결을 강조해온 김준규 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수사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