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내전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 될 때만 해도 앞이 캄캄했습니다. 지금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함으로써 아프리카 민주화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긍지를 느낍니다. "

최영진 코트디부아르 유엔 특별대표(62 · 사진)는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작년 12월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 대선 결과에 불복해 내전을 일으킨 그바그보가 알라산 와타라 후보의 당선을 선언한 자신을 끝없이 위협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바그보가 저격수를 배치해 최 대표가 있는 유엔평화유지군 사무실을 직접 공격하기도 했다. 이달 초 들어서는 주로 지하벙커에서 생활하며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워야 할 정도였다. 죽을 뻔한 고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6일 알라산 와타라 측에서 TV방송국을 점령했으니 외곽 경비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왔다. 장갑차와 함께 방탄차를 타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현장에는 와타라 군은 전혀 없고 중화기로 무장한 그바그보 측 군사들이 공격해왔다. 때마침 와타라 군이 도착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순간 순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데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2007년 주유엔 대표부 대사를 지낸 최 대표를 코트디부아르 특별대사로 임명한 사람이 반 총장이다. 최 대표는 반 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차관으로 함께 일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