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자신의 책상 위에 세계지도를 붙였다. 지도를 보면서 가고 싶은 나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소년의 꿈은 세계 각지를 다니며 일하는 것이었다. 20년 뒤 호텔리어가 된 그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멕시코 등에서 총지배인을 지냈다. 최근엔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카말 샤우이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 ·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 총지배인(51 · 사진)의 이야기다.

샤우이 총지배인은 1989년 하얏트호텔을 시작으로 반얀트리호텔 등을 거치며 22년간 호텔업에 종사해왔다. 그는 22일 기자와 만나 "호텔은 '세계가 만나는 곳'이자 커뮤니티 센터"라고 말했다. "수많은 기업인 외교관 등이 묵는 이 호텔은 그들이 보는 서울과 한국의 모든 것"이라며 "사람들은 호텔에서 결혼도 하고 모임을 하면서 기억을 창조한다"고 강조했다. 호텔업은 단순 서비스업이 아니라 특별한 기억과 도시의 이미지까지 만들어내는 산업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어머니는 한 호텔의 인사담당 매니저였다. 학창시절 그는 호텔에서 일이 늦게 끝나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직원들과 함께 호텔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샤우이 총지배인은 "로비는 물론 관제실과 부엌 방 비즈니스센터 라운지 등 호텔의 모든 모습을 보면서 호텔리어의 꿈을 키워왔고 결국 꿈이 현실이 됐다"고 회고했다.

가장 행복했던 경험으로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를 수행한 기억을 떠올렸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총지배인으로 근무할 때 달라이 라마가 그 호텔에 묵은 것.

샤우이 총지배인은 "호텔은 사적인 공간인 만큼 유명인들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달라이 라마가 잠에서 깰 때,잘 때,식사할 때 항상 옆에서 지켜보며 그가 정말 친절하고 세계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인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즐거운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태국 푸껫의 반얀트리호텔 총지배인으로 근무할 당시 쓰나미가 발생했다. 손님과 직원 일부가 다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고,쓰나미가 덮친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그는 "갑작스런 자연재해 앞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손님의 안전을 챙기고 떠나는 손님을 배웅하는 일밖에 없었다"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쓰나미로 손님이 뚝 끊겼지만 그는 모든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했다. 투숙객들을 상대로 재해기금도 모았다. 손님들이 십시일반 내놓은 기금은 100만달러를 훌쩍 넘었다. 그는 그 돈으로 직원들과 피해현장을 찾아 집과 배를 고쳐주고 음식을 제공했다.

샤우이 총지배인은 한국을 "역동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도시"라며 "한국에 맞는 호텔 비즈니스 모델을 찾겠다"고 말했다. 인터컨티넨탈그룹 호텔 중 고급 순위로 10위 안에 드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은 전통적인 고급스러움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인터컨티넨탈코엑스는 젊은 이미지를 더 발전시킬 방침이다. 그는 "인터컨티넨탈코엑스는 클럽 라운지에 이미 갤럭시탭을 설치했고 앞으로 트렌드를 반영해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오는 7월엔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컨셉트로 객실 리노베이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