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기생 설정..죽이려면 마지막에 죽여주세요"
'짝패' 서현진 "영리하고 쿨한 '달이' 멋져"
MBC TV 월화극 '짝패'가 반짝이는 신예를 발굴했다.

갖바치 처녀 '달이' 역의 서현진(26)이다.

언뜻 보면 그저 똘똘하고 당찬, 생활력 강한 천민 계급 아가씨지만 알고 보면 의적인 '아래적'의 일원으로 밤이 되면 남의 집 담을 타고 넘는 범상치않은 캐릭터다.

지난 19일 경기 고양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만난 서현진은 "달이가 저보다 훨씬 낫다. 영리하고 쿨하며 의협심도 강하다. 반면 난 낯도 많이 가리고 겁도 많다"며 싱긋 웃었다.

낯가림 탓인지 여배우치고 사진 찍는 것부터 무척 쑥스러워한 그는 '중고 신인'이다.

2005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 출연하면서 연기에 데뷔한 이래 드라마 '황진이'와 '히트'에 얼굴을 내밀었고, '창피해'와 '요술' 등의 독립영화에서는 주연도 맡았다.

얼굴을 널리 알리지 못했을 뿐이지, 연기적으로는 꽤 단련이 된 상태. 그 연기력이 '짝패'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달이 역을 놓고 오디션을 서너 차례 봤어요. 처음에는 달이가 밝은 애인지 모르고 어둡게 대사를 쳐서 떨어질 뻔했는데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한 후 달이의 아역 대본으로 밝게 연기를 했더니 캐스팅이 됐어요. 달이로 사는 지금 정말 재미있고 행복해요."

그는 "처음에는 달이가 기생으로 빠지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한국무용, 창 등을 배우고 있었는데 중간에 의적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부랴부랴 액션스쿨을 다니고 승마도 배워야했다"며 "말 타는 건 여전히 무섭지만 촬영 시간이 부족해 대역을 쓸 시간이 없다. 그래서 승마신은 거의 대역 없이 하고 있다"며 웃었다.

최근 '짝패'의 스토리가 아래적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달이의 비중도 덩달아 커져 여주인공을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올랐다.

달이는 남자이자 무예에 뛰어난 천둥(천정명 분)보다 총을 더 잘 쏠 줄 아는 '용사'다.

그는 달이에 대해 "조선시대 여자지만 무엇을 어떻게하고 살아야할지 목표가 뚜렷한 아이다. 어린시절부터 민란을 겪으면서 '이 더러운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않으리라' 결심한 아이"라며 "이 역을 준비하면서 그 시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애끊는 심정으로 세상에 항거했는지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다"고 말했다.

아래적의 운명이 비극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달이의 운명 역시 행복하지는 않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다들 달이가 죽을 것 같다고 하는데 죽이려면 마지막 32부에서 죽여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똘똘한 달이도 사랑에서는 해바라기다.

죽마고우인 천둥을 연모하지만 천둥의 마음이 동녀(한지혜)에게 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쓸쓸하다.

"천둥이와의 사랑에서는 안쓰러운 캐릭터지만 다른 면에서는 다 저보다 나아서 멋진 아이입니다. 달이가 천둥이를 아래적으로 끌어들이려 하지 않는 것도 단지 사랑 때문만이 아니라 천둥이 만큼은 자기 대신 더 좋은 삶을 살기를 바라기 때문인데 그 마음이 참 멋져요. 틀에 박히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감사해요."

사실 그의 연예계 데뷔는 더 빨랐다.

17살 때 아이돌 그룹 밀크의 보컬로 데뷔해 1년 정도 활동한 것. 이후 대학에 진학해 실용음악을 배우면서 노래에 대한 꿈은 계속 키웠지만 뮤지컬 출연을 계기로 그는 가수에서 배우로 노선을 수정하게 된다.

"노래에 대한 갈증은 OST나 뮤지컬로 해소할 수 있으니 가수가 안됐다고 아쉬운 것은 없어요. 지금은 연기가 좋고 잘하고 싶습니다."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