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직장인 김모씨는 1998년 4월 서울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05㎡형(옛 32평)을 취득세 980만원을 포함해 3억8000만원에 샀다. 내집 한 채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는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급락하자 과감하게 매입을 결정했다. 학군과 교통 여건이 좋고 한강 접근성도 뛰어나 눈여겨 봐 뒀던 단지였다.

현재 이 아파트는 18억원을 호가한다. 단순 시세 차익은 14억2000만원에 이른다.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이지만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으면 지금 팔아도 양도세는 3731만원에 그친다. 13억8269만원의 양도차익을 얻는 셈이다. 집을 팔면 양도세를 제외한 17억6269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서울 외곽에 5억원 안팎의 아파트를 사더라도 12억원 정도의 여유 자금이 생겨 비교적 넉넉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 강남권 요지의 미분양 아파트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10억~20억원대의 차익을 거뒀다. 국내 최고가인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가 대표적이다. 2000년 181㎡형의 분양가는 7억2300만원이었다. 현재 호가는 28억7000만원으로 21억4700만원 올랐다.

재건축 후 대치동 아파트 가격을 넘어선 반포동 반포주공2단지 59㎡형(18평형)의 2000년 가격은 1억8000만원이었다. 은행원 K씨는 전용 84㎡형을 배정받고서도 5000만원을 돌려받았다. 실제 투자금액이 1억3000만원에 불과하지만 현재 호가는 15억원을 웃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아파트 투자로 이런 행운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인구 감소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낮은 경제성장률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시세차익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주택자라면 내집 마련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만 수도권 외곽에 있는 주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유주택자들이 집을 더 사려면 철저히 수익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사는 "요즘은 부자들도 아파트 대신 강남권 대로변 오피스빌딩 등 수익성 부동산을 주로 찾는다"며 "여윳돈이 있다면 노후 대비용으로 역세권 대학가 등의 도시형 생활주택,다세대주택,오피스텔 등에 투자하는 전략을 써볼 만하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