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실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기 위해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건설사 CP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찾는 투자자가 거의 없는 데다 건설사 역시 발행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1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건설사 CP 발행은 두산건설 200억원,롯데건설의 초단기(12일짜리) 500억원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분기 중 건설사 발행 CP가 약 1조3000억원(월평균 43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증권사 관계자는 "삼부토건 등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건설사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건설사란 꼬리표가 붙으면 신용등급이 아무리 좋아도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PF에 활용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초 일주일에 6조원에 달했던 ABCP 발행 규모는 지난주 4조원대로 감소했다. 신용등급 'A2+' 건설사가 6조원 가운데 2조원 정도를 담당했지만 최근에는 1조원 밑으로 급감했다.

건설사 CP에 대한 투자자 반응이 냉랭하자 대형 건설사들은 회사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A+' 이상은 돼야 관심을 둘 정도다.

강종만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발표한 '국내 CP 시장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국내 CP 시장은 투명성 부족과 신용평가의 부정확성,CP 중개회사의 신뢰성 부족,만기의 장기성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CP는 발행 절차가 간편하고 신용에 의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기업과 증권사 카드사 은행지주사 등 금융업체들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CP를 자주 발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엔 경영이 어려워진 건설회사들이 긴급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CP 발행을 남발,투자자 신뢰도가 더욱 떨어지는 문제를 낳고 있다. 강 위원은 "CP 시장의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공시 및 신용평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은행이 CP 만기 때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기신용한도 제도와 CP 부실에 대해 중개회사가 일정 부분 보상하는 부분보증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