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건설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만기 연장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부분 건설사들은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다"며 "법정 관리에 들어가겠다"고 버티고 있다.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저축은행이 빌려준 돈은'부실'로 분류돼 최소 30% 이상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오는 6월 결산에서 저축은행의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저축은행들은 채권 회수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저축은행 워크아웃 거부

2005년부터 부동산 PF 대출을 적극적으로 해온 저축은행들은 부동산경기가 꺾이기 시작한 2008년부터 PF 대출 신규 자금 지원을 끊었다. 부동산 개발 붐에 편승해 저축은행으로부터 많은 돈을 빌린 PF사업장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에 위기가 찾아왔다.

2009년 삼능건설은 대출금의 52%를 떠안고 있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워크아웃 플랜을 '거부'하는 바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같은 해 현진건설도 채권금융회사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저축은행들이 채권은행의 워크아웃 안건에 반대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시한이 지난해 만료된 이후 이런 사례는 부쩍 늘고 있다. 올해 진흥기업 LIG건설에 이어 삼부토건에 대해서도 상당수 저축은행이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헌인마을'의 대규모 PF 대출 만기를 앞둔 동양건설산업에 대해서도 저축은행들은 '추가 보증 없이는 만기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어차피 저축은행들은 워크아웃을 위한 채권금융회사 간 회의를 할 때 거부할 확률이 거의 100%이기 때문에 앞날이 불투명한 워크아웃 대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법정관리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 가면 충당금 30~100%

거래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저축은행은 대출금의 30% 이상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무담보채권의경우 통상 대출금의 70%를 충당금으로 쌓지만 최하 등급의 채권은 100%까지 적립해야 한다. 7%만 충당금으로 쌓는 워크아웃에 비해 부담이 최대 14배가량 커진다. 대출금은 상환 가능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등급으로 분류한다. 법정관리 기업의 담보채권은 '고정'으로 분류되고 무담보채권은 '회수의문'으로 취급된다. PF 대출은 담보와 신용이 섞여 있어 대출금의 30~100% 선에서 쌓게 된다. 반면 은행들은 고정 채권에 대출금의 20%,회수의문 채권에 50%를 충당금으로 쌓으면 된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LIG건설에 대출을 해준 푸른저축은행을 비롯해 한국 신라 경기 미래 등 다른 저축은행들도 충당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월드건설 역시 솔로몬저축은행이 PF 대출 채권(150억원)의 절반인 75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현대캐피탈 프라임 대영 등도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었다.

◆2금융권 PF 부실 어떻기에

저축은행들은 PF 대출 비중을 대폭 줄여야 하기 때문에 대출금 만기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제2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27조7000억원이다. 이 중 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12조2000억원)이 절반에 이른다. 저축은행 PF대출 연체율은 2009년 말 10.6%에서 지난해 말 24.3%를 기록했다.

올해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사 PF 대출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부동산 경기가 확 살아나거나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회사가 무더기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부실 위험은 연말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도래하는 자산관리공사의 부실 PF 대출 채권 환매로 재무건전성은 악화될 전망이다. 2008년 말 매입한 부실 PF 대출채권(3200억원)의 환매는 올해 말 이뤄진다.

2009년 3월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한 1조2400억원어치의 PF 역시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온다. 자산관리공사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저축은행의 부실 PF 대출 5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매입 후 3년이 지나면 이를 되돌려 줄 예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산관리공사에 매각된 PF채권 대부분이 고정 이하 여신이다. 환매될 경우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이 10%포인트가량 더 오를 것으로 금감원은 예측했다.

실제 푸른저축은행의 경우 법정관리 중인 남양건설의 공동주택 PF사업장,법정관리중인 대주건설의 원주시 단구동 공동주택 PF사업장,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과 동문건설의 PF사업장 등에 580억원을 투자해 손실을 보고 모두 자산관리공사에 넘겼다.그러나 500억원 규모 PF는 나중에 푸른저축은행이 돌려 받을 수 있는 사후정산방식으로 매각해 향후 PF대출 연체율이 오를 전망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