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가 장기화되면서 단비여야 할 봄비가 '방사능비'가 되어 해를 끼치지 않을까,강우로 토양과 농축산물이 방사능으로 오염되지 않을까 등등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게 기우라는 지적이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일본으로부터 동풍이 불고,최악의 경우 원전노심이 용융해도 실제 한국인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막연한 공포감은 접어두는 게 현명하다.

◆봄비가 내리면 최대한 피하라

지난 6일 제주도,7일 전국에 내린 비에 방사성 요오드 · 세슘이 검출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측정 결과 제주에 내린 최고 농도(2.02㏃/ℓ)의 빗물은 하루에 2ℓ씩 1년 동안 마신다 가정해도 0.0307mSv(밀리시버트) 정도의 방사선 피폭이 예상될 만큼 극미량이었다. X-레이 1회 촬영시 0.1mSv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지난 4일 제주 지역 비의 요오드 농도(0.357 ㏃/ℓ)와 비교하면 6배 이상으로 늘어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강우시에 외출을 줄이는 게 좋다. 특히 강우 뒤 처음 30분 이내의 빗물에는 방사능 물질의 농도가 더 높아진다. 비올 때에는 우산과 우비,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샤워를 한다. 다만 비를 맞더라도 피부를 뚫고 흡수되는 방사선량은 극미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 또 방사성 요오드는 반감기가 8일에 불과하고 대부분 휘발되어서,세슘은 여과 · 침전 과정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수돗물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체내로 흡수될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방사능 비가 토양을 오염시킬까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의 경우를 보면 초기 60일간은 방사성 요오드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이후엔 점차 내려갔다. 또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반감기가 30년인 세슘(Cs-137)의 농도가 올라갔다. 세슘 농도를 예측하기 어려우나 향후 상승 추이에 따라 원전 근처 수십㎞반경까지 경작을 금지하는 등 일본 정부의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는 방사성 비나 낙진의 영향으로 토양이 오염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여름철로 다가가면서 편서풍이 약해지고 동풍이 일시적으로 불어도 방사성의 농도와 한국에 도달할 때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희석돼 0.1mSv수준의 방사선이 한국에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원전 노심이 용융해도 1mSv를 넘는 방사선이 한국에 도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능으로 인한 식품안전 위험

후쿠시마와 우리나라의 거리는 1000㎞이상으로 체르노빌 원전과 스웨덴 정도의 거리에 해당한다. 체르노빌 사고 후 Cs-137의 스웨덴 지표오염농도는 평균 50k㏃/㎡였고 최고치는 100k㏃/㎡에 달했다. 식품의 방사능오염 농도는 150㏃/㎏수준이었다. 이는 국내서 안전성 기준이 가장 높은 방사성요오드의 우유 및 유가공품 기준인 150㏃/㎏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스웨덴의 연간 자연방사선 피폭치는 6mSv였으나 체르노빌 사고로 평균 0.1mSv,최대 1mSv의 방사선에 추가로 노출됐으며 사고 후 첫해 동안 우유를 포함한 음식물 섭취로 피폭된 방사선량은 평균 0.07mSv,최대 0.16mSv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진영우 한국수력원자력방사선보건연구원 팀장은 "방사능이 누출되면 토양(해양)-작물(사료)-축산물(수산물) 및 유제품-사람의 경로로 오염의 체내축적이 이뤄지지만 일본 원전사고 정도로는 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기괴한 사고가 아니라면 한국에서 식품의 방사선 안전기준(㎏당 150~370㏃)을 초과해 피폭되는 경우는 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기준 과장은 “가축은 방사능에 노출된 사료나 목초를 섭취하는 것보다 대기 중의 방사성물질 흡입으로 방사능에 피폭되는 양이더 많다”며 “토양오염에 의한 작물이나가축의 방사능 축적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없다”고 말했다. 정용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모든 생물은 나름의 대사체계를 통해 방사성 물질을 배출·중화하려 노력하므로 실제 음식물 등을 통해 흡수되는 방사선량은 크게 줄어든다”며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실제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인 유효반감기는 물리적 반감기의 3분의1~2분의 1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능의 효과적인 방어책

잎 표면이 대기와 넓게 접촉하는 시금치등은 다른 채소에 비해 비교적 높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다. 배추 등 잎이 덩어리진 채소는 바깥쪽의 두꺼운 잎을 2~3장 제거하고 먹으면 안전하다. 무당근 등 뿌리채소는 방사능 분진이 직접 접착되기 어려워 오염 가능성이 더 적다. 방사능 방어를 위해 다시마나 미역을 많이 먹는데 일상적인 섭취량으로는 요오드 양이 매우 적고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큰 도움을 받긴 어렵다. 요오드를 예방 차원에서 과량 복용할 경우 갑상샘기능항진증이나 저하증,갑상샘염 갑상샘암 등을 초래 또는 악화시킬수 있어 삼간다. 피폭 직전이나 직후에 요오드화칼륨 같은 방호의약품을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 베크렐(Bq)

토양 식품 등에 미치는 방사능의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1초에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해 방출되는 방사능이 1Bq이다. 방사능의 반감기,에너지 흡수 형태(수분 · 지질 · 뼈 등 인체 구성 성분의 차이),체중,핵종을 감안해 일정 공식에 대입하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mSv(밀리시버트) 수치를 환산해낼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