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종족 갈등 치유, 경제회생 등 난망…학살 사법처리, 남부 주민 '반격 가능성' 암초

국제사회에서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선인으로 인정받는 알라산 와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이 대선 4개월여 만에 권력 탈환에 성공했지만, 그의 앞에는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 쌓여 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지난달 29일 와타라 지지 군대가 서부 지역 군사요충지인 두에쿠에를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빼앗는 과정에서 최대 1천 명이 넘게 살해됐다는 국제단체와 유엔의 증언이 나오면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그바그보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남부 가톨릭 세력과 와타라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밀었던 북부 이슬람 세력 간 국민 화합이 얼마나 어려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또 지난해 대선 이후 완전히 멈춰 선 경제를 다시 살려 내야 하는 무거운 짐도 와타라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불안한 통일..그바그보 단죄는 = 2002년 내전에서 북부 반군과 남부 정부군이 피를 흘린 데 이어 지난 4개월간 양측이 사실상 또 한 번의 내전을 치르면서 반목의 골은 한층 깊어졌다.

와타라 대통령이 10년 만에 표면상의 통일을 이뤘지만 지역.종족.종교 갈등 때문에 국민 화합까지는 험난한 길이 될 전망이다.

이번 내전 기간 각 진영은 상대편에게 살인과 강간을 서슴지 않으면서 최근 유엔 공식 집계로만 1천 명가량이 숨졌다.

수도 아비장에서만 100만 명 이상이 피난을 떠났고 12만여 명이 유혈 충돌을 피해 라이베이라로 건너간 것은 이번 분쟁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동안은 그바그보 측 군대에 의한 인권 침해가 주로 있었다면 와타라 대통령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에는 친 와타라 세력이 그바그보 지지자들에게 조직적으로 복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실제 코트디부아르 유엔평화유지군(UNOCI)은 두에쿠에 사망자가 330명을 넘는데 대부분 와타라 군대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은 와타라 진영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와타라 대통령이 그바그보 측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남북을 통일했지만, 앞으로 언제라도 그바그보가 대표했던 남부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와타라 대통령이 그바그보와 그의 측근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국제사회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와타라 진영과 국제사회는 '반인륜 범죄'로 이들을 처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바그보 지지자들이 반발하면 오히려 국론만 분열된 채 답을 못 내게 될 가능성도 크다.

◇멈춰선 경제 재건은 = 남.북 간 국민 화합만큼 중요한 것이 경제 살리기다.

코트디부아르는 지난해 12월부터 대선 불복으로 두 대통령 간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4개월 이상 경제가 완전히 멈춰 섰다.

인구 2천만 명의 코트디부아르는 서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에 이은 경제 대국으로 꼽히지만 2002년 내전 이후 혼란과 지난 대선 불복 후유증으로 경제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그바그보 정권을 경제적으로 옥죄기 위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다가 와타라 대통령이 지난 1월 코코아와 커피 수출을 중단하면서 코트디부아르의 경제는 완전히 멈춰 섰다.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코코아와 커피 두 품목은 코트디부아르 수출의 40%를, 국민총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다가 몇 개월간 일을 놓으면서 졸지에 경제적으로 벼랑에 몰린 대다수 서민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민심이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국가 세입의 40%를 프랑스 기업이 낼 정도로 코트디부아르 경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사태 막바지에 프랑스와 레바논인 등 경제에 큰 역할을 하는 외국인들이 대거 탈출했는데 이들이 다시 마음 놓고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경제 살리기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다카르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