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승계과정"…인사권 장악도 불투명
4대 강국 온도차…中 적극지원, 美日露 신중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김정은 후계세습 과정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여전히 승계 과정에 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후계 세습을 위한 속도를 내고 있지만 김정은이 확고한 위치를 안정적으로 구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28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오르며 사실상 후계자로 공식화됐지만 이후 추가로 보직을 맡았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또 노동당 조직지도부 등을 통한 김정은의 인사권 장악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 제1부위원장이나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의 추가 보직을 징검다리로 삼은 뒤 후계 마무리 과정에서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차지하고 있는 노동당 총비서나 국방위원장, 당중앙군사위원장, 인민군 총사령관 등 이른바 '수령 영도체계'를 틀어쥘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자들은 북한이 다음달 7일 개최하는 제12기 4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에 진출할지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우상화 등 후계체제 안착을 위한 작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김정일 위원장 현지지도 동행, 멍젠주(孟建柱)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 등 중국 고위인사 방북시 배석, 대장복(福) 구호판 설치, 김 위원장 수행단 호명시 호명순위 격상 등을 통해 김정은의 2인자 자리 굳히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라고 공식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후계자로 활동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어떤 단계와 시기가 되면 공식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맡은 직위 등을 봤을 때 아직까지 후계구축 과정이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직 승계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후계수업을 받고 있지만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내외 정책에 일정 정도 입김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당국자는 "김정은이 후계자로서 '얼굴마담' 역할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도적 역할은 아니더라도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김정은이 사실상 후계자로 등장한 이후인 지난해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도발 과정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북한이 도발과 대화공세를 오가는 것도 김정은 후계세습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만큼 북한이 처한 상황이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후견인이자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와 이에 따른 후계세습의 시간적 제약성, 어려운 경제상황,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김정은 능력검증 부재 등 주변 여건이 후계세습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확고한 후계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건강악화로 사망하면 권력투쟁 등으로 김정은 체제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한 당국자는 22일 "김정은 본인은 업적 측면에서 보잘 것이 없고 주변 여건도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세습 때와 비교하면 훨씬 불리하다"며 "후계체제의 안착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4강의 반응에서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북한의 혈맹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은 가장 우호적이다.

지난달 방북했던 멍젠주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김정은 동지께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돼 조선혁명의 계승문제가 빛나게 해결된 데 대해 열렬히 축하한다"며 북한의 권력 승계에 대한 첫 공식 발언을 내놓았다.

김정은의 방중설이 확산하는 것은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의 반응은 신중한 편이다.

미국은 북한의 권력세습을 '최고의 리얼리티 쇼'라고 꼬집는 등 냉소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지만 세습 과정 자체보다는 북한의 향후 정책과 행동 변화 여부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권력 승계가 확정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김정은 후계 세습이 확정되더라도 북한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고 전망한다.

아사히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의 세습구도가 1970년대부터 20여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 데 비해 이번 삼남(三男)으로의 세습은 상당한 초조감을 보이며 전개되고 있다"며 "이는 김정일의 건강문제 등 북한 내부의 절박한 사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언론 역시 김정은의 권력 승계 움직임이 가시화한 작년 9월 관련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으나 정부 차원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정묘정 기자 lkw777@yna.co.krm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