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옹위' 세대교체…권력지형도 변화
국방위 진입여부가 2인자 굳히기 1차 관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三男) 김정은이 작년 9.28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르며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지 오는 28일로 6개월을 맞는다.

김정은 공식 등장 이후 6개월이 지나면서 현대사회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북한의 `3대세습' 후계체제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은 김 위원장에 이어 2인자로 부각되고 후계구도를 떠받칠 친위그룹도 체제를 갖춰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3대세습을 이어가는 김정은 후계체제가 안착할 수 있을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른다.

김정은이 아직 김 위원장의 후광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안착의 열쇠라 할 수 있다.

또 김 위원장이 아버지인 고(故) 김일성 주석 시절 후계자로 공식등장한 이후 김 주석의 급속한 `레임덕'을 지켜봤다는 점에서 그가 아들의 권력적 부상을 방치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황태자' 만들기 가속페달 = 김정은 후계자 만들기 행보는 현재까지는 발빠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된 뒤 물밑에 숨어 있던 김정은이 작년 9월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공개적으로 오른 이후 후계체제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을 필두로 김 위원장을 수행하며 북한 주민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방북한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김 위원장 면담 자리 등에도 배석하는 등 외교석상에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또 당대표자회 이후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뒤에 호명되던 김정은이 올해 2월부터는 김 위원장 바로 다음에 불리고 있다.

리 부위원장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이제는 여타 상무위원을 제치고 서열 2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또 조선중앙TV는 지난달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께서 인민군대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정력적으로 지도'라는 제목의 30분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작년 초부터 김정은이 김 위원장을 수행한 장면을 내보내 김정은이 '준비된 지도자'임을 부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생일(2월16일) 축하행사의 일환으로 2월15일 평양시 창광원 수영관에서 외교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수중발레 시범경기에서는 김정은의 찬양가로 알려진 '발걸음'이 경기곡으로 사용됐다.

정부 소식통은 22일 "김정은이 북한 내부적으로 위상이 확고해졌고 후계자로서 자리를 잡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젊어진 '친위대'…청년층엔 충성 강조 =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개적으로 등장하면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작업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각 분야 고위직의 세대교체를 통해 김정은 후계체제를 떠받칠 친위세력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 같은 세대교체 흐름은 작년 9월 당 대표자회에서 요직 인선과정에서 나타났다.

당 정치국에는 원로들이 포진했지만 각 분야에서 실무를 책임지는 비서국에는 신진세력이 많이 수혈돼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 비서로 기용된 최룡해·문경덕·김평해·김영일·김양건과 당 부장이 된 오일정·태종수 등은 50∼60대로 북한 권부 내에서 비교적 젊다는 점에서 나이 어린 김정은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역할에도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선군청년총동원대회'에서 리용철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1비서는 "청년들은 대를 이어 누리는 수령복(福), 장군복을 절감하면서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위업을 백두산 혈통으로 끝까지 완성해 나갈 확고한 신념에 넘쳐 있다"며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이 본격화하면서 당의 고위직이 다소 젊어졌지만 앞으로 당과 행정기관의 중하위직도 40∼50대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비교적 젊은 그룹을 중용해 김정은의 어린 나이와 균형을 맞추면서 충성을 이끌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방위 진입땐 2인자 자리 굳혀 = 속도를 내는 후계체제 구축에 맞춰 김정은이 2인자로서 정치적 위상을 공고히 할지도 비상한 관심거리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국가권력을 장악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내달 7일로 예정된 제12기 4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또는 부위원장에 선임되면서 명실공히 김 위원장 바로 밑의 2인자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009년 3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을 선출한 뒤 다음달 1차 회의를 열어 국방위원장을 '최고영도자'로 규정하고 국방위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헌법을 개정한 만큼 국방위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국방위 진출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이어 국방위 부위원장 등에 오르면 북한 권력의 중심축이 급격히 김정은으로 이동하면서 김정일 체제의 이완이 불가피해진다.

정치적으로 노회한 김 위원장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최근 호전됐다는 얘기가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양무진 교수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후계체제 구축기에 국방위가 어떻게 짜질 것인가 하는 부분"이라며 "후계자 김정은이 국방위에서 어떤 자리를 맡는지를 보면 후계구도 구축 노력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