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개포동 개원초등학교 옆 주공1단지 상가 내 부동산 중개업소.찾는 발길이 뜸해 분위기가 썰렁했다. 양순근 개포수정공인 대표는 "지난달 10일 개포지구 단위계획변경안이 보류된 이후 손님 보기가 힘들다"며 "1개월 새 6000만원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 D공인사무소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표 김모씨는 "전셋값이 올라 매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설 연휴 이후 거래가 아예 끊겼다"고 전했다.

◆최대 6000만원 하락하기도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와 거래 침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울지역 재건축 연한 유지 △기준금리 인상 △집값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 △중동 불안 및 일본 대지진 등이 매수세를 위축시키고 있어서다.

하락세가 두드러진 지역은 강남 재건축 단지다. 단지별로 2000만~3000만원,많게는 6000만원까지 하락했다. 개포주공1단지 42㎡는 지난달 초 8억4000만원까지 호가했으나 지금은 7억8000만원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3단지 한양부동산의 박영무 대표는 "재건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으면 아무도 사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거래 부진도 확연하다. 잠실주공5단지 아세아공인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매주 2~4건 거래됐는데 이달엔 전혀 없다"며 "문의전화 한 통만 받는 날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 11억4000만원 하던 113㎡는 11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서울 고덕주공2단지 한솔부동산 관계자는 "값이 떨어진다는데 싼 매물이 없느냐는 전화만 걸려 온다"며 "올해 말 이주 · 철거가 이뤄질 정도로 절차가 순조로운데도 약세"라고 말했다. 목동3단지 온누리공인 신공웅 사장은 "목동은 학군 수요가 1월이면 끝나긴 하지만 그래도 손님이 너무 없다"고 허탈해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건수는 1월 약 7000건에서 2월 3620건으로 줄었고 이달 들어선 692건에 그치고 있다.

◆수도권은 호가 공백 커져

수도권에선 미분양이 많은 김포와 파주,고양시 일대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덕이지구는 물론 인근 기존 아파트들도 약세다. 덕이동 중앙하이츠 109㎡는 지난주보다 500만원 내린 2억5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과천 평촌 분당 등의 집값은 호가만 올라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분당 이매동 신흥공인 관계자는 "1월까지 급매물이 거래될 때는 청구 한신 109㎡ 호가가 5억300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5억7000만원까지 올랐다"며 "낮은 가격대 물건이 빠지고 윗 가격대 물건만 남아 호가가 오르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과천 한양부동산 조규창 대표는 "매도자는 싸게 내놓지 않으려 하고 매수자는 그 가격에 사지 않으려 해 호가 공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고유가와 일본 대지진 영향 등으로 현금성 자산에 돈을 넣어 놓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매수 기반도 취약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은 여전히 활기

지방에선 집값이 오르고 신규 분양 및 미분양 판매 등이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지방 아파트 가격은 직전주에 비해 평균 0.12% 올랐다. 0.01% 하락한 수도권 집값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은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지방은 아직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 신규분양 계약률도 부산의 당리푸르지오,광주광역시 첨단자이 등은 90%를 넘겼다고 해당 건설사들은 밝히고 있다.

장규호/강영연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