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금자리주택 공급 목표를 맞추기 위해 민간 건설사들이 보금자리주택을 짓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수준으로 땅값을 낮추거나 기반조성공사 전의 맨땅인 원형지(原形地)로 싸게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40년간 지켜온 그린벨트를 허물어 건설사에 넘겨준다는 특혜 시비와 함께 전세난 해소를 위한 임대주택 확충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보금자리도 민자사업 되나

15일 국토해양부와 LH에 따르면 정부는 LH가 건설해온 전용 85㎡ 이하 보금자리주택 중 60~85㎡를 건설사가 짓는 '민간 보금자리주택'을 추진 중이다.

LH는 60㎡ 이하 보금자리만 주력토록 한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보금자리지구에서 LH가 짓는 아파트는 전체의 33%선에 그친다.

LH는 올해 정부가 책정한 보금자리주택 목표 물량 21만채(사업승인 기준) 가운데 17만채를 지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부담을 덜어주고 보금자리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 보금자리주택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LH처럼 채당 7500만원의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고,LH가 공급받는 가격과 같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땅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LH 등 공공기관으로 한정한 보금자리주택특별법상의 사업주체를 민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또 LH가 기반공사를 하지 않은 원형지를 민간에 공급하는 방안을 이르면 내달 확정할 방침이다. 이 경우 토지공급가가 낮아져 보금자리지구 내 민간용지 매각이 원활해지고 LH도 기반공사자금 투입 없이 토지보상 비용을 현금화할 수 있다. 이 또한 임대주택 건립 등의 손실분을 막는 데 쓰는 LH의 수익을 줄여 민간에 개발이익을 주는 것이어서 반론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 근간 훼손 우려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 변화가 그린벨트 제도의 근간을 손상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도시가 녹지 없이 통째로 이어지는 도시연담화를 우려하면서도 정부가 그린벨트를 푼 것은 보금자리 공공주택 확대를 위해서였다"며 "미래 세대가 활용할 그린벨트를 파헤쳐 민간에 주는 것은 명분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LH 사업 구조조정으로 2기 신도시 사업의 상당수가 지체되는 상황에서 서울과 경기도 경계에 있는 그린벨트에 신도시를 다시 만든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출발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지적도 많다. 서민 주거 안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정책인데,민간 건설사에 개발이익을 주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난이 심화되는데도 임대주택 공급 확대 대신 보금자리주택 목표만 채우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10년임대 분납형임대 등 분양전환 가능한 주택을 뺀 순수 공공임대는 보금자리주택의 30%밖에 안 된다"며 "공공이 보유하고 관리하는 주택 재고를 늘려야 하는데 보금자리 목표에만 매달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변 교수는 이어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주택 매각 때 공공기관에만 허용하는 환매조건부 주택 등을 늘리는 방식으로 보금자리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