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정치권 비리 등 권력 수사를 하지 말라는 건가. 검찰을 사실상 무장해제시키는 것이다. 누구의 이익을 위한 중앙수사부 폐지인가. "(검찰)

"중수부는 권력의 시녀였다. 없애는 게 마땅하다. 검사와 판사의 권한 남용을 전담하는 특별수사청 설치는 바람직하다. "(재야 법조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대검찰청 중수부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조개혁안을 발표하자 검찰과 재야 법조계,시민단체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무장해제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 등 반대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 법원도 "그동안 국회 논의과정에 참여해왔지만 개혁안 발표 전까지 몰랐다"며 우회적으로 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소위 측은 "사법개혁의 장애는 기득권을 지닌 법원 · 검찰 세력의 저항"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사개특위 개혁안이 오는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이유다.

◆중앙수사부 폐지…검찰 반발

사개특위의 검찰 개혁안은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중수부의 폐지 및 판 · 검사 및 검찰 수사관의 직무 관련 범죄를 다루는 특별수사청 설치를 담고 있다. 특별수사청은 대검 소속이지만 인사 및 수사활동에서는 독립성이 보장되며,국회나 검찰시민위원회가 의결 · 재의결한 사건의 기소 및 공소 유지를 맡게 된다.

대검 중수부 폐지에 대해 검찰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날 대검은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갖고 검찰 관련 개혁안에 전면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이례적으로 냈다. 대검 측은 "고위 공직자 및 정치권 비리,대형 경제범죄 등 큰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파수꾼 역할을 무장해제하는 중수부 폐지의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명확하다"며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별수사청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이 운영하는 특임검사제 입법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의 고위 간부는 "어디서 뺨 맞고 어디다 분풀이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 · 현직 정권 실세들을 수사하는 등 거악(巨惡)을 척결해온 중수부 폐지는 말도 안 된다"며 "중수부의 칼날을 피하려는 정치인들의 꼼수"라며 비난했다.

또한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한편 검찰청법상 규정된 검찰의 수사지휘에 경찰이 복종할 의무를 삭제하는 안에 대해서도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대검은 "아직까지도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인권보장 차원에서 경찰에 대한 통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과 경찰을 명령-복종 관계로 규정한 검찰청법 조항 삭제는 올바른 결단"이라며 환영했다.

진보성향의 재야 법조계에서도 중수부 폐지를 시대의 소명이라며 사개특위안에 찬성했다. 민변 소속 한 변호사는 "중수부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해왔고 무리한 수사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대법관 수 늘리고 전관예우 방지

사개특위는 대법관 숫자를 현재 14명에서 2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차기 정부에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개특위 소위에 따르면 대법관 18명(대법원장 · 법원행정처장 제외)을 민사 · 특허부(1부)와 형사 · 행정부(2부)에 9명씩 두는 방식으로 총 6개 재판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그간 대법관 숫자를 늘리는 대신 고등법원에 대법원으로 올라갈 사건을 추려내는 '상고심사부'를 두는 안을 건의해 왔다. 법률심인 대법원 판결을 받는 사람 수를 늘리기보다는 사실심인 1 · 2심에 충실한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3심을 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대법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여론도 컸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 증원은 현 정부에서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법원 상고심 추이를 고려해 증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3심제를 원하는 국민감정상 상고심사부는 허용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 이유를 판단하는 지정재판부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온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서 개업한 판 · 검사 출신 변호사가 퇴직하기 전 1년간 근무했던 곳에서 처리하는 민 · 형사 및 행정사건 수임을 개업 후 1년 동안 금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법에서 퇴직한 후 개업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개업 1년 동안 서울중앙지법 사건을 수임할 수 없게 되는 것.법조계에서는 통상 전관예우의 '약발'이 1년 정도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