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정부 자국민에 여행 자제, 출국 권고

반(反) 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예멘에서 알-카에다의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예멘 정부군 소속 병사 4명은 6일 마리브 주에서 알-카에다로 추정되는 무장대원들의 매복 공격을 받고 숨졌다고 AFP통신이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들 병사는 당시 군수품과 식량을 차량에 싣고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월 7일에도 남부 아비안 주의 로데르 지역에서 부식차량을 호위하며 이동 중인 군용차 3대가 알-카에다의 로켓 추진 수류탄 공격을 받아 예멘군 9명이 숨졌다.

예멘군은 지난해 12월 샤브와, 마리브, 하드라마우트 등 알-카에다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 테러 부대를 배치하고 대 테러 작전을 전개해 왔지만 알-카에다의 매복 공격에 잇따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의 선조 고향이기도 한 예멘은 험준한 산악지대가 많아 은신이 용이한데다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지방에까지 미치지 못해 알-카에다 세력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특히 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반 정부 시위가 전국 각지로 확산됨에 따라 군 병력이 시위 진압현장으로 분산돼 대 테러 작전도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도 사나에서는 친 정부 성향 시위대가 돌과 곤봉 등으로 반 정부 시위대를 공격, 수십명이 다치는 등 살레 대통령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 간 무력 충돌도 잇따라 예멘의 치안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처럼 시위가 확산되고 알-카에다의 위협도 커지자 미국 정부는 이날 자국민에게 예멘 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현재 예멘에 체류 중인 국민에게는 출국을 권고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예멘의 치안 상황이 시위 사태와 테러행위 증가로 인해 극도로 위험한 상태"라며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를 포함해 테러조직의 활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미국인과 미국 시설 등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도 앞서 5일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폭력이 사용되고 있고 많은 사망자가 생겼다는 보고가 있다"며 자국민에게 예멘 출국을 권고한 바 있다.

예멘에서는 지난달 16일 이후 반 정부 시위 도중 20여 명이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살레 대통령은 현재의 7년 임기가 종료되는 2013년 이전에는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