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라크 비행금지구역 당시 연합군 기지 제공 경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가 `비행금지구역(no-fly zone)' 등 리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 논의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터키 뉴스통신 휴리예트 데일리 뉴스는 익명을 요구한 터키 외무부 한 관리의 말을 인용, "나토 내에서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위한 준비가 전혀 없었다"면서 2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이 관리는 "리비아 위기에 개입하는 기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유엔 안보리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대량 살상을 막고자 리비아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고 군사적 위험도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소재 보수 싱크탱크인 `워싱턴중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 군사 전문가는 "개입 조건이 적절하게 설정되지 않으면 무용한 것을 넘어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민간인에 대한 아무런 실질적 보호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터키 군사전문가는 또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이 필요한데 거부권을 지닌 중국이 찬성할지 불투명하다"면서 "이와 별도로 터키가 이를 거부할 것인 만큼 나토가 `비행금지구역' 개입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전날 베를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리비아에 대한 나토의 군사 개입을 묻는 말에 "터키로서는 반대한다.

(군사 개입은) 논의조차 될 수 없다.

상상하기 어렵다"며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나토의 군사적 개입에 대해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워싱턴 소재 다른 한 전문가는 "만일 군사적 개입이 이뤄진다면 이는 미국과 터키 관계를 다시 갈라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된 것은 걸프전 종결 이후 1991년 4월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으로부터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보호를 명분으로 이라크 북위 36도선 이북의 5만㎢ 지역을 대상으로 한 `북부 비행금지구역' 등이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 터키 등이 참여한 연합군은 터키 영토에 기지를 두고 이라크군의 비행을 금지하는 `편안 제공 작전'을 펼쳤다.

이 작전은 처음에 지상 기지 요소를 포함했으나 그해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터키 등이 참여한 연합군의 공군 작전인 `편안 제공 작전 Ⅱ'로 바뀌었고, 다시 1997년 초 프랑스의 이탈과 더불어 `북부 감시 작전'으로 변경됐다.

`북부 감시 작전'은 1999년 수개월 동안 이라크군의 지대공미사일 공격에 끊임없이 노출됐고, 미 공군기들은 이라크군 지대공 미사일 기지를 공습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후 연합군과 이라크군 사이의 간헐적인 작은 교전은 2003년까지 계속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편안 제공 작전'과 후속 작전들은 정치적, 군사적 문제들을 일으켰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터키의 한 군사전문가는 "이들 작전은 (기지를 제공한) 터키와 미국 간 논쟁의 원천이었다"면서 "미국 주도 작전들이 (터키 정부에 무력대응한) 쿠르드노동자당(PKK) 반군을 실질적으로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터키 정부 일각과 터키인들 사이에 일었다.

이들 작전은 터키 내 반미 감정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행금지구역' 작전은 군사적 어려움도 수반됐다.

이 전문가는 "민간인과 연합군이 덩달아 피해를 보는 위험이 따랐다"면서 "1994년 4월 미군 전투기에 의해 2대의 미군 헬리콥터가 격추돼 연합군 26명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이들 전문가는 만일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이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려 한다면 이들은 금지조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제시된 유엔 안보리의 명확한 위임을 추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