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 옆 팔렉스포 전시장에서 1일 개막한 제81회 제네바 모터쇼.1년 만에 다시 찾은 이곳엔 전과 달리 활기가 넘쳤다. 유럽 자동차시장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것이란 기대가 확산된 덕분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자동차 축제인 이번 모터쇼엔 전 세계 31개국에서 260여개 자동차와 부품업체들이 참여했다. 오는 13일까지 70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이란 게 모터쇼 준비위원회 측 예상이다.


◆현대 · 기아차,"i40 · 리오로 유럽 석권"

작년 유럽에서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아시아 업체 판매 1위에 오른 현대 · 기아자동차는 2419㎡에 이르는 대형 전시공간을 확보했다. 전시차만 27대다.

현대차 부스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차량은 이날 세계 최초로 공개한 i40였다. 유럽디자인센터가 설계한 현지전략형 왜건으로,올 하반기부터 국내에도 판매한다. 쏘나타와 플랫폼(기본 뼈대와 엔진,변속기)을 공유하며,1.7ℓ짜리 디젤엔진 2종과 1.6ℓ,2.0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얹었다.

운전석 쪽에 1개,조수석 쪽에 2개의 문을 각각 두고 있는 비대칭 형태의 크로스오버차량(CUV) 벨로스터와 소형 CUV 컨셉트카 커브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커브는 여러 개의 모니터를 통해 내 · 외부 정보를 탑승자에게 실시간 알려주는 기능을 담은 스마트카다.

기아차는 프라이드 후속형인 '리오'(현지명)를 처음 공개했다. 현대차 엑센트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며,실내공간(축거)이 종전보다 70㎜ 늘어난 2570㎜다. 유럽 시장엔 1.1ℓ 1.4ℓ 디젤과 1.25ℓ1.4ℓ 가솔린 엔진을 각각 탑재한다. 올여름부터 1.4ℓ 가솔린과 1.6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달고 국내에도 선보인다. 기아차는 이달 말부터 현지 판매에 나서는 신형 피칸토(국내명 모닝)도 내놨다. 문짝 3개와 5개짜리 두 종류다.

쌍용자동차는 액티언 스포츠 후속형인 SUT1(스포츠유틸리티트럭1) 컨셉트카를 전시했다. 신형 2.0 터보엔진을 장착한 차세대 픽업트럭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내년 초부터 SUT1을 양산해 국내외에서 연 3만5000대씩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름값 아끼자"…고효율 · 첨단화 경쟁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한 메이커는 폭스바겐 BMW 등 독일업체들이었다. 작년 상대적으로 견실한 실적을 올린데다 '안방'과 다름없는 곳에서 열린 전시회여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시위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고효율차를 대거 내놨다.

BMW는 순수 전기차인 액티브E 외에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X1 xDrive28i를 선보였다. 자사 라인업 중 차체가 가장 작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데도 2000cc짜리 트윈파워 가솔린 엔진 덕분에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폭스바겐은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링카로 꼽히는 골프의 오픈카 모델을 10년 만에 개발했다. 유럽 연비가 ℓ당 22.7㎞에 이르는 고효율차다.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도요타는 소형차 야리스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어 눈길을 끌었다. 야리스는 엑센트나 한국GM 아베오 등과 경쟁하는 차량이다.

GM은 한국GM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쉐보레 크루즈 해치백을 처음 공개했다. 트렁크 용량이 400ℓ로 넓다. 1.6ℓ와 1.8ℓ 가솔린, 2.0ℓ 디젤엔진을 각각 장착했다. 상반기 내 국내에서도 판매에 들어간다.

이번 전시회에선 '바퀴 달린 컴퓨터'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대차는 텔레매틱스(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신개념 무선인터넷) 장치를 결합한 전기차 블루온과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공개했고,BMW는 2인승 로드스터 컨셉트카에 지능형 솔루션을 넣은 '비전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시연했다.

제네바=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