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프로골프투어에서 진기한 장면이 잇따라 나왔다. '프로들도 저런가' 싶은 일이 있고,그들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최근 나온 진기록과 해프닝,에피소드를 모았다.

◆"짧은 퍼트는 차라리 눈 감고"

퍼트한 볼이 홀 앞 1㎝ 지점에 멈춘다. 스트로크하는 순간 갑자기 손목이 꺾이자 볼이 홀을 외면한다. 그 장면을 확인하는 순간 자책감과 고통이 밀려온다. 퍼트 실패는 그 다음 문제다. 호주 프로골퍼 피터 오말리(45)도 그랬다. 유러피언투어에서 3승을 올렸지만 '입스'(yips ·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쇼트 퍼트 불안증후군)에 발목을 잡히곤 했다.

그래서 마지막 수를 썼다. 2m가 안 되는 쇼트퍼트 땐 아예 눈을 감고 스트로크하는 것.실패하든 성공하든 그 장면을 보지 않겠다는 얘기다. 머리를 안 들겠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지만 헤드업 방지는 또 다른 '전리품'.

오말리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눈을 감으면 뜰 때보다 더 견실하게 스트로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덕분인지 최근 호주투어 뉴사우스웨일스오픈에서 우승했다. 5년 만의 첫 우승이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퍼터헤드를 뒤로 빼기조차 어려울 정도였지만,눈을 감아버린 지금은 시각적인 근심거리가 싹 사라졌다"며 좋아했다.

오말리의 퍼트법에 대해 교습가 존 태터솔은 "용감한 자만이 퍼트할 때 눈을 감을 수 있다"며 "짧은 거리의 퍼트 실패 때문에 고민하는 골퍼들에겐 해법이 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주의할 점은 눈을 감고도 일정 거리를 일관되게 보낼 수 있는 '거리 컨트롤'이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스윙했는데 허공만 갈랐네요"

미국LPGA투어 HSBC위민스챔피언스 2라운드가 열린 싱가포르 타나메라CC 18번홀(파4).선두권을 달리던 최나연(24 · SK텔레콤)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 워터해저드 쪽으로 날아갔다. 볼은 해저드 안 작은 바위 아래에 멈췄다.

오른손잡이가 치기엔 30㎝ 옆의 바위가 걸림돌이 됐지만,최나연은 1타라도 세이브하려고 웨지를 짧게 잡고 스윙을 강행했다.

그러나 허공만 가르고 말았다. 칠 의도를 갖고 클럽을 전방으로 휘둘렀으므로 이런 때 1타로 계산된다. 최나연은 안 되겠다 싶었던지 네 번째 샷을 레이업했다. 결국 5온1퍼트로 더블보기.이 판단 착오로 최나연은 선두와 6타차로 벌어지며 역전의 실마리를 놓쳤다. 최나연은 결국 챔피언 캐리 웹(호주)에게 7타 뒤진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사오 아오키,데이비스 러브3세,로레나 오초아,미셸 위 역시 헛스윙해 1타를 손해본 적이 있다. 양용은도 지난해 1월 SBS챔피언십 때 워터해저드 안 깊은 러프에서 샷을 강행하다 헛스윙만 했다.

◆"스푼 거리가 드라이버보다 더 났어요"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운좋게 '대타'로 나선 J B 홈스(미국)는 드라이버샷 평균거리 310.5야드로 이 부문 랭킹 3위의 장타자다. 홈스는 8강전에서 버바 왓슨(미국)과 맞붙어 10번홀까지 5홀차로 크게 앞섰다.

그는 승리를 예감한 듯 11번홀(파5)에서 스푼으로 티샷을 했다. 잘 맞은 볼은 페어웨이를 지나 애리조나 특유의 황무지까지 날아갔다. 3번 우드 티샷이 드라이버샷보다 더 먼 380야드나 나간 것이다.

홈스는 결국 패했지만 '힘 빼고 신중하게 스윙하면 스푼도 드라이버 못지않은 거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6억원 시계…충격방지 장치까지"

미국PGA투어 최장타자인 왓슨은 액센츄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 4강전에서 마르틴 카이머에게 져 3,4위전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왼손잡이'인 그의 왼손목에 찬 시계가 화제다.

엔비시스포츠닷컴(www.nbcsports.com)에 따르면 왓슨의 시계는 52만5000달러(5억9220만원)짜리 'RM 038'이다. 시계회사 리처드 밀이 38개 한정판으로 만든 것.이 회사가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을 위해 만든 'RM 027'과 비슷한 제품이다.

제조사는 왓슨이 찬 시계에 '충격 방지' 장치를 했다고 한다. 왓슨의 엄청난 헤드스피드(시속 126마일)를 감안한 설계다. 왓슨은 3,4위전에서 이기면 60만달러,지면 49만달러를 받는다. 어쨌든 시계 하나 값은 확보한 셈이다. 그의 지난해 총상금은 320만달러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