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회의원의 부인은 남편이 정치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그 부인은 선거 때만 되면 외국으로 가버릴 정도였다. 그 국회의원은 운 좋게 딱 한 번 당선됐을 뿐이다. 정치인에게 부인의 내조는 매우 중요하고 크다. 특히 선거 때는 부인의 몫이 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인은 국회의원과 가장 접촉 빈도가 높은 사람이다. 따라서 측근 중의 측근이며,참모 중의 참모라 할 수 있다. 부인의 생각과 처신이 바르지 않으면 남편의 정치생명에 결정적인 해가 된다. 어느 국회의원은 정말 어렵게 당선이 됐는데 부인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 그 지역에 국회의원이 두 명이었다는 악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원 부인은 무엇보다도 겸손해야 한다.

국회의원 부재시 그의 대리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아바타는 바로 부인이다. 부인이 대신 나타나면 적어도 성의표시가 되는 것이다. 부인이 너무 볼품이 없어도 그렇지만,너무 예쁘거나 세련돼도 마이너스다. 품위는 있되 수수한 모습이 큰 호감을 산다. 어느 선배 국회의원의 부인은 성품이 매우 훌륭했는데 외모가 초라했던 모양이다. 지지자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다니는데 어느 여성운동원이 이 부인에게 '아무개 의원의 사모님이 그렇게 못생겼다면서요?'라고 했단다.

국회의원 부인은 성격과 체력도 좋아야 한다. 정치인의 아내로서 별의별 사람을 다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네 아낙네들의 입방아는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우가 많다. 몇 차례 선거를 치르다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내 아내도 두 번째 선거를 앞두고 위암수술을 받았다. 아내는 지금 다행히 건강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때는 정말 아내에게 미안해서 혼났다.

국회의원 부인이 커리어우먼이면 행운이다. 남편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여차하면 생계를 꾸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인의 돈벌이가 괜찮으면 남편이 쓸데없는데 한눈을 팔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정치인 아바타 하면서 경제적 능력도 갖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 부인은 생과부나 다름없다. 남편이 새벽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올 때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식사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같이 할 수 있을 정도다. 자기 부인의 근황을 제3자로부터 들을 때도 있다. 지역구에서 주로 여성 당원들과 종일 활동을 같이 하면서도 막상 아내하고는 친밀감 있는 대화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다. 이 글을 읽는 미혼 여성들은 앞으로 국회의원 하겠다는 남자는 절대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

정두언 < 한나라당 국회의원 dooun4u@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