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우리은행 등 채권단 주도로 다시 추진된다. 채권단이 지난해 제기한 파산신청이 기각되고 시행사가 제기한 법정관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자 채권단은 신탁업법상 권리를 행사해 사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달 채권단이 제기한 파산신청을 기각하고 시행사인 파이시티와 파이랜드가 신청한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시행사는 여전히 사업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채권단은 시행사를 교체해야만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PF 사업 시행사가 부지를 매입했지만 사실상 채권단이 신탁해서 부지를 매입토록 한 것"이라며 "신탁업법상으로 보면 실소유주는 채권단이기 때문에 채권단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PF 사업에서는 토지가 신탁돼 있는 자산이어서 법정관리인의 뜻에 상관없이 처분 가능하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원래 법정관리 재산은 법정관리인의 허가 없이 처분 불가능하지만 PF 사업의 경우 사업 부지가 시행사와 분리돼 있다. 채권단이 자금을 빌려줄 때 토지를 담보로 잡는데 담보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신탁사에 토지신탁을 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현재 법원 1심에서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실소유주로서의 권리로 대리인을 내세워 PF사업을 재개하는 방안과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채권단이 부지를 SPC에 매각한 후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르면 3월 중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채권단이 PF 사업 재개가 여의치 않을 경우 경매를 통해 토지를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양재동 PF 사업은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9만6000㎡에 화물터미널과 물류센터를 비롯 백화점과 쇼핑센터 등 지상 35층 규모의 복합상업 · 업무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시공사인 성우종합건설과 대우자동차판매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채권단이 작년 8월 시행사에 대해 파산신청을 냈다. 채권단은 도급순위 4위 이내의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한다는 방침이며 이를 위해서는 신뢰할 수 없는 시행사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은 사업을 재개할 경우 리파이낸싱을 통해 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단은 하나UBS자산운용 부동산펀드 3900억원,우리은행 1880억원,교원공제회 농협 등 나머지 채권단 300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