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서울 일원동 일대에 '트라이앵글 메디컬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5월 삼성그룹이 공표한 5대 신수종 사업 가운데 바이오 · 제약,의료기기 등의 기초적 연구 · 개발 및 상용화 토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올해 출범하는 삼성융합의과학연구원은 삼성이 글로벌 우위를 갖고 있는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삼성종합기술원이 10년 넘게 축적해 놓은 NT(나노기술),삼성의료원과 삼성종기원이 공동으로 연구해온 BT(생명공학) 등을 접목시켜 새로운 형태의 융합의과학 치료법 및 진단법 등을 개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융합기술 연구에 승부

융합의과학연구원은 기초 연구에 그치지 않고 다학제 융합 연구를 통한 상용화를 적극 지향하고 있다. 이 분야의 'KAIST'가 되기 위한 야심을 품었다. 성균관대의 특수대학원 형태로 출범했으나 지난 가을 첫 신입생인 석사과정 25명,박사 및 석 · 박사 통합과정 15명 등 총40명을 뽑았다. 유명 대학 출신을 포함해 4 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진으로는 성균관대 의대 약대 공대 자연과학부 생명과학부 정보통신과학부 교수와 삼성의료원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종합기술원의 선임연구원급 등 총 40여명이 참여했다. 이는 국내 대학과 연구소가 BT,IT,NT에 관한 칸막이식 연구로 시너지가 부족하고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삼성은 BT만 떼어놓고 보면 국내에서 높은 위상을 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줄기세포의 경우 차병원그룹,미래생명공학연구소,서울대,가톨릭대,연세대,KAIST,포스텍 등에 밀리는 상황이다. 바이오시밀러 등 첨단제약기술 분야도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터를 닦아온 LG생명과학이나 녹십자 동아제약 SK케미칼 등에 비해 실무개발이나 해외 마케팅 경험이 없고 기술력이 처진다. 하지만 IT,BT,NT를 뭉쳐 놓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삼성 측은 판단하고 있다.

◆유전자칩 영상진단기기가 1차 목표

헬스케어 분야의 수많은 제품군에서 삼성의료원이 1차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유전자칩과 하이브리드형 영상진단기기다. 대표적인 융합기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삼성의료원이 유방암 유전자진단칩인 '온코타입 Dx'를 개발한 재미 의학자 백순명 씨를 영입하고 세계적인 유전자분석 기기제조사인 미국 라이프테크놀로지(LT) 및 삼성SDS와 제휴한 것은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알려진 것만 3만개가 넘는 유전자 중에서 특정 암을 유발하는 핵심 관련 유전자를 가려내는 데는 LT의 유전자분석기술과 SDS의 소프트웨어기술 협력이 요구된다.

반도체칩 제작 공정처럼 유전자의 생체표지자(biomarker)를 고밀도로 칩에 집적시키는 삼성전자의 제조기술도 필수적이다. 백순명 삼성암연구소장은 한국인의 위암 관련 300여종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은 유전자 키트를 개발해 이르면 2013년 상품화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이 3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영상진단기기 전문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한 것은 이미 보유한 초음파,X-레이 진단기기에 IT를 보완해 새로운 복합 영상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한 포석이다. 현재 MRI,내시경 진단기기를 자체 개발 또는 기술 라이선스 도입을 통해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지난해 5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하면서 시동이 걸린 헬스케어산업은 오는 4월 드러낼 메디컬 클러스터 청사진을 통해 구체적인 연구 · 개발 방향과 상용화 전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재생의학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손상된 세포나 조직,장기를 복원시키는 방식의 치료법을 말한다. 뇌졸중 심장병 척수마비 등 난치병 치료 분야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다. 세포와 생체물질을 이용해 조직과 장기를 만드는 조직공학과 맞물려 연구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