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국가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해당 지역에 유입됐던 투자자금이 다시 선진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CNN머니는 15일 국제 자금시장 동향 조사업체인 EPFR글로벌을 인용,올 들어 355억달러의 자금이 선진 자본시장으로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달 첫째주에는 총 70억달러가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이머징 국가에서 빠져나갔다. 3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투자자들이 이머징 국가에서 발을 빼는 것은 경제성장에 수반하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탓이다. 급속히 상승하는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해당국 통화당국이 긴축 정책을 펴면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될 것이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중국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4.9%로 전달에 비해 0.3%포인트 높아졌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중국 통화당국은 지난 넉 달 새 예금 및 대출 금리를 세 차례 올렸다.

과열 우려가 있는 이머징 국가 경제와 대조적으로 선진국 경제는 서서히 회복되는 추세다. EPFR글로벌의 브래드 더럼 이사는 "지난해 이머징 국가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던 투자자들이 올해는 선진국의 자산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유럽 등지의 저평가된 대형 주식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금이 이머징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은 연말 연초 이익을 실현하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머징 국가의 주가가 어느 정도 조정을 받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면 자금 흐름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