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에서 전용 85㎡ 규모의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씨(35)는 2년 만에 1억2000만원을 새로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셋값이 2억1000만원에서 3억3000만원으로 급등해서다. 김씨는 "맞벌이를 하고 있긴 하지만 1억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전세자금 대출 한도는 다 차 있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받든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든지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전세대란이 심화되면서 김씨와 같은 세입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전셋값 급등세가 멈추질 않고 있는 데다 이사철 성수기로 접어들자 전셋집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이에 따라 김씨처럼 전셋집을 찾아 이동하는 '전세유민'이 속출하고 있다.

전셋값 급등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면 주택 분양시장은 침체 국면을 보이면서 미분양이 넘쳐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값 급등세가 지속되는 현상이 기존 아파트 매수세로 옮겨 붙고 있어 차라리 매입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할인하고 있는 단지가 많아서 이들 아파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실수요자 역세권 미분양 관심 가질 만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매매 시장이 살아날 조짐이 보이자 건설사들은 서울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 단지에 대해 할인 분양과 각종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처음 분양가에서 많게는 2억원을 할인하는 곳도 있는가 하면,발코니 새시 등을 공짜로 시공해주고 각종 옵션 등도 무료로 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금호건설이 서울 방배동에 분양 중인 '리첸시아 방배'.이 단지는 초기 분양가보다 25~33%까지 할인해서 팔고 있다. 이에 따라 분양가는 3.3㎡당 1800만~20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여의도로 연결되는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이 인근에 있다.

현대엠코가 서울 상도동에서 분양하는 '상도엠코타운'은 업계 최초로 계약조건 보장제를 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공격적으로 할인에 나서는 상황을 고려,이미 계약했더라도 더 조건이 좋아지면 이를 기존 계약자에게도 적용해주는 것이다. 지하철 7호선 숭실대역이 가까우며,국사봉중 · 구암중 · 장승중 등이 단지 인근에 있다.

삼성물산은 군포시 산본동 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산본래미안'에 대해 층별로 기존 분양가에서 17~23%까지 할인해준다. 지하철 1,4호선 금정역이 인근에 있고 이마트와 산본시장도 가깝다. 단지 내에 초등학교가 있고 주변에 산본 중 · 고교가 있다.

대우건설은 서울 신천동에서 분양 중인 '잠실푸르지오 월드마크'의 잔여분을 구입할 경우 일부 주택형에 대해 분양가를 깎아준다고 밝혔다. 288채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로 성내역과 도보 4분거리,잠실역과 5분 거리에 있으며 한강시민공원도 가깝고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서울아산병원도 근거리에 자리해 위치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승인 후 후광효과가 기대된다.

나기숙 부동산1번지 연구원은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최근 매매시장이 꿈틀하면서 수요가 많은 중소형은 대부분 소진됐고 현재 남아있는 것은 중대형이 대부분"이라며 "매입하기 전에 입지나 가격을 철저히 비교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양면적 108㎡(33평형대 · 전용면적 80㎡대)가 있는 곳은 상도엠코타운,산본 래미안하이어스,인천 부개역 푸르지오 등이다.


◆투자 목적은 준공 후 미분양

정부가 '2 · 11 전 · 월세 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준공 후 미분양에도 수요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이라면 준공 후 미분양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기로 대책을 통해 밝혔다.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는 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완화,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등의 세제 지원 요건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6억원 미만,전용면적 149㎡ 이하의 집 3채 이상을 사들여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가 비과세되고,5년 이상만 임대하고 팔면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당하지않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 기준이 5채였고 해당 주택도 전용 85㎡ 이하,주택의 가격은 3억원 미만이었다.

또 건설사가 준공 후 2년 이상 임대한 뒤 분양한 주택을 취득하거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취득해 5년 이상 임대하는 사람도 취득세를 최대 50%까지 감면해주고,양도세는 취득 이후 5년간 발생한 양도차익의 50%를 깎아준다. 대상 주택은 기준시가가 6억원 이하,전용면적이 149㎡ 이하다. 건설사가 2년 이상 임대한 물량은 임대하지 않고 직접 거주해도 세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실수요자들도 관심을 둘 만하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민간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취득한 매입 임대사업자는 이번 대책으로 세제 혜택을 최대한 누릴 수 있게 돼 관심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8729채 등 전국적으로 4만2655채다.

이 같은 대책이 나오자 건설사들도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도 잔금 납부 기간 유예,중도금 이자후불제,할인 분양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이번 대책으로 미분양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다만 미분양 아파트를 고를 땐 발생한 이유를 분석하고 입지여건과 향후 수요,계약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