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정수지(관리대상수지)가 정부 전망치보다 10조원 이상 개선된 것은 6%를 넘어선 경제성장 덕분이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혔고 정부의 경기불황 관련 지출은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가채무를 407조20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400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예상보다 재정적자 폭이 줄어 다행이지만 정부의 부실한 재정 전망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재정예측 부실

정부는 매년 9월이면 향후 5년간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짜 10월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1년 단위의 예산만으로는 중장기 정책과 재정을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13~2014년에 관리대상수지를 균형으로 맞추고 2014년부터 흑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은 지난해 발표한 중기재정운용에 명시됐다.

기획재정부가 작년 9월 발표한 중기 재정운용계획에 포함시킨 '2010년 전망 수치'는 재작년 말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될 때와 똑같다. 지난해 290조8000억원의 재정수입과 292조8000억원의 재정지출로 30조1000억원의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적자는 이보다 10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전망됐다. 재정부 재정정책국 관계자는 "원래 예산보다 결산에서 재정수지가 좋게 나오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지난해에는 수입과 지출 모두 재정수지 개선 요인으로 작용해 그 폭이 훨씬 커졌다"고 설명했다.

중기 재정운용계획은 그해 8월까지의 세수 등을 바탕으로 짜기 때문에 실제 결산 결과와 비교하면 오차가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지만,불과 몇 달 뒤 세수 증가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원은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매년 세우는 것은 새로운 변수를 빨리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첫해 전망이 크게 어긋나면 이후 연도도 모두 틀리기 때문에 전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재정은 불투명

정부는 지난해 국가채무가 당초 전망치보다 10조원 이상 줄어 여유를 갖게 됐다. 12월 결산 기업들이 올해 내는 세금은 작년 영업실적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법인세 세수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올해 재정을 위협하는 요인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연초부터 구제역 피해 보상금으로 2조원이 넘는 재정 지출을 했고,물가를 잡기 위해 각종 생필품 수입 관세를 인하하면서 일부 세수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올해 상반기 수입할 냉동 돼지고기 6만t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는 등 총 75개 품목의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할당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유류세마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방송 좌담회에서 유류세 인하와 관련,"그것도 (기름값 안정대책에) 포함돼 있다"며 "관세나 조세를 낮춰 기름값이 오르는 것을 상쇄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았다"면서도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는 유류세 인하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11.37%인 유류세 탄력세율을 2008년 때 했던 것처럼 10%포인트 내리면 연간 2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잠재성장률 제고가 과제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 약화와 복지 지출 증가는 재정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경제성장률이 5% 안팎에서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5% 성장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성장률이 낮아지면 세수는 감소하는 반면 경기부양과 복지 등 지출 수요는 늘어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남수 국회 예산정책처 재정정책분석팀장은 "매년 5% 성장을 전제로 한 것은 다소 낙관적"이라며 "재정 계획은 보수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복지제도를 지금 수준만 유지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이 2010년 9.0%에서 2050년 20.28%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주장하듯이 전면 무상보육 등이 시행되면 재정지출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서욱진/유승호 기자 venture@hankyung.com


◆ 관리대상수지

통합재정수지와 함께 국가의 살림살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재정지표다. 통합재정수지는 연간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것이며,관리대상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국민연금기금,사학연금기금,산재보험기금,고용보험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순(純)재정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가 발표하는 재정수지는 주로 관리대상수지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