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그와 검찰 사이의 악연(惡緣)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끈다.

김 회장은 1981년 한화그룹의 제2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이번까지 포함해 검찰에 모두 네 번 기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김 회장이 검찰과 처음 부딪친 때는 그룹 명칭을 한국화약에서 한화로 바꾸고 '제2창업'을 힘껏 외치던 1993년.
그는 외화를 밀반출해 로스앤젤레스에 호화 별장을 지었다는 제보가 대검 중수부에 접수돼 내사 대상에 올랐다.

결국 비자금 83억원을 불법으로 실명 전환한 혐의까지 포착돼 구속기소됐고, 법원에서 집행유예 선고로 구금된 지 약 두달 만에 풀려났다.

김 회장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서도 곤욕을 치렀다.

정치권 인사에게 돈을 준 의혹 때문에 검찰수사 선상에 오른 그는 공교롭게도 출국금지 조처 하루 전인 2004년 1월1일 미국으로 떠나 '의도된 도피'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미국연수가 예정된 상황이었고 출금 사실을 몰랐다'며 수사 협조를 약속하고 8개월 만에 자진 귀국해야만 했다.

김 회장은 2002년 10월 서울프라자 호텔에서 서청원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국민주택채권 10억원을 건넨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기소됐지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지 않아 옥살이는 면했다.

김 회장은 이어 그해 말 대한생명 인수권을 따내고자 정부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됐으나 물증 부족으로 결국 김연배 부회장만 기소됐다.

김 회장의 명예는 2007년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었다.

미국 명문대를 다니던 둘째 아들이 술집에서 폭행을 당하자 경호원 등을 시켜 가해자들을 청계산으로 끌고 갔고, 주먹 등으로 마구 때리는 '영화 같은' 행위를 한 것이다.

이 사건은 특히 한화 측이 경찰 관계자를 통해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공분을 샀고, 김 회장은 구속기소돼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비자금 의혹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은 끝에 회사 등에 6천400여억원의 피해를 안긴 혐의로 이번에 다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이번에는 '혐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결백을 주장할 방침이라 그의 네번째 사법처리가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