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 논란을 빚은 독일 훈련선의 군기문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독일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칼-테오도르 추 구텐베르크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주 해군 훈련선 '고르흐 포크'호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해상반란, 성추행의 소문까지 나돌자 지난 21일 노베르트 샤츠 함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한편 아르헨티나 외곽 해상에 있던 이 배의 독일 귀항을 명령했었다.

지난해 11월 이 배가 브라질 북동부 해상을 항해하던 중 훈련을 받던 여군 간부후보생 사라 레나 젤레(25)는 27m 높이의 돛대 끝에서 추락해 사망했으며, 이후 후보생들이 명령을 거부하는 항명사태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훈련조교들은 한 후보생에게 자신들이 미국의 교도소 범죄조직으로 나치 상징을 사용하는 '아리안 형제단' 소속이라고 농담했다.

또 몇몇 조교들은 샤워 중이던 이 후보생에게 접근해 샴푸 병을 들고 있으라고 명령한 뒤 "배는 감옥과 같다"고 말했다.

조교와 선원들은 상습적으로 술에 취해 있었고 후보생들에게 토사물을 치우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샤츠 함장은 "아주 자주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녔고" 근무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후보생들은 1958년 취항 이후 1만4천500여 명이 훈련받은 이 배가 극도로 무질서했으며 성희롱이나 폭력행위도 빈발했다고 밝혔다.

슈피겔에 따르면 젤레의 사망 전날 조교들이 파티를 열었으며 그중 한 명은 술에 만취해 훈련생 숙소로 난입한 뒤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일간지 빌트는 다른 장교들도 일광욕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후보생들에게는 '왕처럼' 군림했다고 보도했다.

또 후보생 중 몇몇은 개인 소지품을 도난당했다고 말했다.

빌트는 "젤레가 사망하고 며칠 뒤에도 많은 장교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술을 마시면서 파티를 벌였다"고 전했다.

슈피겔과 빌트는 후보생들이 의회의 국방 옴부즈맨 헬무트 쾨닉스하우스에게 이런 내용을 폭로했다고 설명했다.

쾨닉스하우스는 지난 18일 발표한 2010년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보고서를 작성한 이후 80명의 후보생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용을 국방장관에게 전달하고 적절한 조치를 요청했다"면서 "전면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처리는 군이 담당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