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내 병변이나 스낵류 등 식품 내 이물질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테라 헤르츠파(T-ray)가 각광받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인류의 삶을 바꿀 신기술' 분석보고서를 통해 T-레이를 '환자 맞춤형 의료진단 서비스'의 핵심으로 꼽았다. T-레이 응용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최근 T-레이를 이용해 미세한 식품 내 이물질을 식별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T-레이는 주파수 대역이 일반 전자기파보다는 높지만 가시광선 및 X-레이 등에 비해서는 낮은 테라 헤르츠(Tera Hertz · ㎔) 대역의 파동을 이용하는 전자기파를 말한다. 과거에는 전자기 스펙트럼상 관찰과 활용이 어려웠으나,최근 펨토(femto · 10의 15제곱분의 1) 초급 레이저 기술 등 초미세 공정기술(MEMS)의 발달로 발생 및 계측이 가능해지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T-레이는 에너지가 X-레이의 100만분의 1 수준으로 낮아 치료용으로는 부적합하다. 그러나 물이나 산소 등 매질(파동을 매개하는 물질)에 쉽게 흡수되는 특성이 있고 매질에 대한 굴절 및 회절 특성이 X-레이보다 뛰어나다. 이런 특성 덕분에 검사 대상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어 높은 해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T-레이는 보안검색이나 품질검사 등 비파괴 검사 도구나 의료용 진단 기구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은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기존 암 검사 방식보다 T-레이는 훨씬 더 정확한 진단을 가능케 하고 검사에 따른 위험도도 낮다"며 "검사 시간 및 영상 획득 시간도 자기공명영상(MRI)보다 우수해 향후 병리 진단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의료IT융합연구본부 첨단의용물리연구센터 김정일 연구원팀은 고효율 · 고밀도로 T-레이를 집속할 수 있는 ㎔ 안테나를 기반으로 '2차원 T-레이 영상 시스템'을 최근 개발했다. T-레이를 검사 대상에 쏘고 이를 영상으로 구현할 때는 수신 감도의 문제,렌즈 파장의 한계 등으로 명확한 결과를 내기 힘들었다. 연구진은 센서의 감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고밀도로 T-레이를 쏘는 장치를 개발,고해상도로 결과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현재 이 장치를 상용화할 수 있게 실리콘 기반의 MEMS 회로 및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소형 고출력 T-레이 소자를 개발 중이다. 이 장치가 상용화되면 스낵류나 빵 등에서 아무리 미세한 벌레나 이물질이 있어도 걸러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또 건강기능식품인 홍삼의 내부 불량 상태인 '내백'을 T-레이를 통해 정확히 식별할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최근 유력 홍삼 제조판매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구진은 3차원 T-레이 기반 컴퓨터단층촬영(CT)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김정일 연구원은 "기존 CT와 달리 방사능 피폭이 없기 때문에 각국이 활발하게 연구 ·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자체 기술로 만든 T-레이 안테나 및 렌즈에 관해 국내외 특허를 확보했으며 향후 5년 내 3차원 T-레이 의료용 영상기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T-레이는 공항 검색대 등 보안 검색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작년 '알몸 투시' 등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일었던 일부 공항 검색대는 T-레이보다 파장이 긴 밀리미터파를 사용했다.

T-레이는 밀리미터파보다 더 정확한 영상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 · 통제물질 등을 소지한 승객을 확실하게 가려낼 수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 T-레이

테라(1조) 헤르츠(㎐) 대역의 파동을 이용하는 전자기파.전파(電波)와 광파(光波 · 빛)의 중간에 위치하며 주파수는 0.1~10㎔(1000억~10조㎐),파장으로는 3㎜~30㎛에 해당한다. 즉 1초에 적어도 1000억번 이상 진동하는 전자기파이며 전파의 투과성과 빛의 직진성을 모두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