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NN, 식료품 상승.불공정 분배.경제구조 취약 등 원인 제시

23년 독재정권이 시민혁명으로 마침내 붕괴한 튀니지를 비롯해 북아프리카 각국에서 소요가 이어지는 데 대해 미국 CNN 방송이 16일 전문가들의 다양한 원인 분석을 보도했다.

CNN 인터뷰에 응한 지역 전문가들은 북아프리카 소요의 원인으로 유로존 경제위기, 개혁 성과의 불공정한 분배, 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 정치적 탄압과 표현의 자유 말살 등을 꼽았다.

▲ "유로존 위기, 북아프리카 위기로 이어져" = 유엔개발계획(UNDP)과 함께 빈곤퇴치 운동을 벌이는 칼리드 아부-이스마일은 북아프리카 소요를 불러온 최대 원인은 식료품 상승이라고 지적했다.

아부-이스마일은 특히 튀니지를 포함해 북아프리카 각국이 유로존에 상품과 에너지, 서비스를 수출하면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 경제 위기로 튀니지의 대유럽 수출이 타격을 받아 국가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아부-이스마일은 막대한 국부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춘 알제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빈곤한 아랍국가들의 경제회복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개혁 성과, 불공정한 분배" = 노동시장 전문가인 카말 함단은 튀니지 정권이 도입한 새로운 경제 개혁 조치들로 얻어진 '과실'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함단은 벤 알리 정권과 가까운 소수만이 새 경제체제의 혜택을 입은 반면 상당수 국민은 사회적 안전망이 사라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 "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 = 재정전문가인 파리드 빈 예야는 알제리 정부는 석유와 가스 수출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제 탓에 식량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어떤 합리적인 전략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제리는 최근 식료품 값 폭등과 만성적인 고(高)실업에 항의하는 젊은 층들의 항의 시위와 폭동이 여러 도시에서 일어났다.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잇따르는 소요에 대해 미국 뉴욕 포드햄대학의 존 엔텔리스 교수는 CNN 기고 글에서 '자생적' 성격의 인티파다(intifada·민중봉기)라는 점이 그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엔텔리스 교수에 따르면 이번에 북아프리카 주민들의 불만을 분출시킨 도화선은 팔레스타인 문제나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 알-카에다 주도의 테러리즘 등 그동안 중동지역에서 소요가 일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외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북아프리카 소요와 봉기는 개별 국가의 사회 현안이나 경제 문제에 뿌리를 둔 '자생적' 성격을 띠고 있다.

북아프리카 북서부의 모로코에서는 1975년 강제합병한 서사하라의 사라위족(族) 독립운동가들과 군경이 격렬한 충돌을 벌이고 있다.

그 이웃 국가로 탄화수소 부문에서 막대한 부(富)를 창출하는 알제리는 식료품 값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와 파업, 폭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알제리 동쪽에 있는 튀니지에서는 수주 간 전국적 규모의 폭동이 이어지다 결국 벤 알리 정권의 붕괴에까지 이르렀다.

이집트에서는 콥트 기독교도와 무슬림 간 종교적 갈등이 서로에 대한 보복전으로 확대된 가운데 지금까지 수십 명이 사망하는 등 모로코에서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북아프리카에서는 국내 현안이 소요를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엔텔리스 교수는 또 북아프리카 정권은 중동이나 다른 아프리카 지역보다 더 안정되고 온건하며 친(親)서방 성격으로 알려진 만큼 소요사태는 뜻밖의 일처럼 비치지만 이들 정권이 철권통치를 해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구의 일부 학자들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다당제 선거나 공적 논쟁의 형식을 통해 민주적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정작 철권통치 아래서 지역 주민들은 민주적 자유를 제대로 쟁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튀니지 민중봉기가 다른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조만간 재연될 지 점치기는 어렵지만 북아프리카 전역의 사회 소요는 정권 안정이 정치적 탄압과 경제적 소외, 사회 부정의를 통해 이룩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경고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