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39)의 변호사들이 어산지가 자신들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2명의 이름을 부주의로 공개하는 바람에 비난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변호사들은 어산지가 스웨덴으로 송환돼서는 안되는 이유를 실은 35쪽 분량의 법적 문서를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올렸다.

이 문서는 기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으나 널리 인터넷에 유통됐고 최소 하나의 전국지가 이 사이트와 직접적으로 링크가 돼있었다.

'성폭력 반대 여성(WAR)'의 운동원 캐트린 액셀슨은 성폭행 희생자들이 익명으로 남아있을 권리는 피고가 무죄로 추정되어야하는 권리만큼 중요하다며 이 여성들의 이름을 공개한 결정을 비난했다.

영국 법원에서는 성매매방지법(SOA)에 따라 성폭행 피해자의 이름은 자동적으로 평생토록 익명 처리된다.

그러나 두 여성은 스웨덴에 머물고 있어 영국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어산지의 변호사 마크 스티븐스는 문서가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여성들의 이름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의 이름을 넣기로 결정한 사람은 스웨덴 검사인 마리안 니이다"라며 "그는 공문서인 유럽체포영장에 그들의 이름을 실었는데 이를 익명으로 처리할 수도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스티븐스는 "우리가 해당 여성들의 이름이 들어간 개략적인 문서를 올린 것은 이 문서가 기자들에게만 제공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의도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가 법적으로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는 없지만 우리는 이름을 익명 처리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어산지는 오는 2월 7일부터 이틀간 벨마쉬 법원에 출두해 스웨덴 당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대한 심리를 받게 된다.

어산지는 미국으로 추방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될 수 있으며 심지어 사형 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

한편 액셀슨은 WAR이 어산지의 성폭행 혐의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조작"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산지에 대한 성폭행 혐의는 위키리크스를 중심으로 한 정치와 얽혀 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