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에게 관절의 퇴행성 변화는 숙명과도 같다. 일반적으로 방바닥과 마루에 앉아 주로 지내는 좌식(坐式)생활을 하는 동양인에게는 무릎질환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들어선 서구인처럼 의자에 앉거나 서서 일하는 입식(立式) 생활방식이 보편화되면서 고관절 질환의 발병률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5년 1만5008건이던 고관절 수술건수는 2009년 2만3615건으로 4년 만에 무려 57%나 증가했다. 남성 환자가 2005년 6511건에서 2009년 9570건으로 1.47배 늘어난 데 반해 여성 환자는 8497건에서 1만4045건으로 1.65배 증가해 여성 환자의 증가세가 더 컸다. 2009년 고관절 수술 환자는 70대 7039건,80세 이상 6071건,60대 4369건 순으로 60세 이상 노인환자가 전체 수술 건수의 74%를 차지했다. 고관절 수술 환자가 여성 노인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60대 이후엔 골밀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뼈 조직이 약화되는 골다공증성 변화로 가벼운 외상에도 쉽게 골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여성은 남성보다 골다공증 유병률이 높고 반사신경과 근력이 뒤떨어져 골절에 취약한 것도 이유다. 따라서 여성이 남성보다 고관절 골절이 2~3배 정도 높다.

최유왕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소장은 "골다공증성 노인 골절 중 고관절 골절은 척추골절이나 손목골절과 달리 거동하기 어렵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며 "고관절 골절로 인한 6개월 내 사망률이 27% 이상으로 높다는 점에 유의해 조기검진을 통한 골다공증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관절 골절이 생긴 노인 환자는 당뇨병이나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고 침상에 누워 지내는 기간도 길어져 심폐 및 방광기능이 떨어진다. 때문에 욕창이나 혈전증,배뇨장애 등 다양한 합병증을 겪게 되고 사망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발견 후 조기치료가 요구되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들이 골절이 생긴지를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찜질을 하거나 침만 맞고 버티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고생하는 일이 흔하다.

고관절 골절은 대퇴골 경부 골절,전자간 골절,전자하부 골절 등으로 나뉜다. 대퇴부 경부 골절은 고관절의 윗부분인 골반쪽 비구면에 맞물리는 아래쪽 대퇴골의 모가지에 해당하는 부분이 끊어진 것으로 가장 흔하다. 대퇴경부는 잘록해서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전자는 대퇴골 내외측의 볼록한 부분으로 외측의 큰 돌기를 대전자,내측의 작은 돌기를 소전자라 한다. 대전자 및 소전자가 부러지는 전자간 골절은 대퇴골 경부골절보다 다소 낮은 빈도로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증상도 약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퇴골 경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자간 골절은 골밀도가 낮고 보행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에게 주로 발생한다. 전자하부 골절은 대퇴부 골절과 비슷하게 보면 된다.

최 소장은 "노인층은 집안에서만 엉덩방아만 찧어도 고관절 관절이 생기지만 젊은층은 교통사고,추락,격렬한 레저활동 등으로 고관절 골절이 발생한다"며 "대체적으로 70세 이상이면서 골밀도가 낮은 대퇴골 경부골절에선 인공관절 치환술을 하게 되며,젊은층은 골을 봉합해서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대퇴부 경부는 고관절과 인접 뼈에 혈액 및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통로로 이곳이 부러질 경우 나이 많은 사람은 혈액순환 저하로 잘 아물지 않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

인공관절수술은 전치환술과 부분치환술로 나뉜다. 전치환술은 골반쪽 비구면과 대퇴골 관절면을 모두 인공관절로 바꿔주며,부분치환술은 대퇴골의 관절면만 바꿔주는 방법이다. 부분치환술이 수술시간과 회복기간이 짧으나 장기간 사용할 경우 고관절이 빨리 마모될 가능성이 있어 고령이지만 건강상태가 양호해 기대여명이 길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에게는 전치환술을 추천한다. 2009년에 이뤄진 고관절 수술은 전치환술이 34.1%,부분치환술이 52.2%,재치환술(1차 치환술 후 합병증과 마모로 재시행)이 13.7% 등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자간 골절과 전자하부 골절은 일반적인 골절치료에 준해 나사못과 임플란트를 이용해 치료하게 된다. 젊은층의 대퇴부 경부 골절과 전자간 · 전자하부 골절은 부러진 뼈를 맞춘 후 단단히 고정시키는 치료가 기본이다. 수술 후 3개월 정도 지나면 뼈가 단단히 붙어 보행이 가능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고령자의 고관절 골절은 골다공증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골절과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운동이다. 40세 이후에는 과도한 힘을 요하는 운동을 삼가고 지구력을 증진시키는 운동을 해야 한다. 산책,자전거타기,수영,천천히 하는 등산 등이 좋다. 적절한 관절유연성 운동과 가벼운 근육운동도 필요하다. 스키나 축구처럼 회전력을 많이 요구하고 고관절에 충격을 가하는 운동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골다공증이 예방되고 몸의 움직임도 좋아지기 때문에 골절을 피할 수 있다.

최 소장은 "최근 젊은층에 부는 다이어트 바람으로 체중을 과도하게 감량해 나이 들어 골다공증에 걸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여성의 경우 20대부터 적절한 운동과 식사요법에 신경써야 하며,중년 이후엔 골다공증에 효과적인 약물치료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낙상방지를 위해 집안 화장실에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부착하거나 손잡이를 설치해주고,실내에서는 미끄럼 방지 양말을 신는다. 의자나 침대에서 내려와 방바닥에 앉을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굽이 낮고 미끄러지지 않는 편안한 신발을 신고 외출 시에는 가급적 보행 보조기구나 지팡이 등을 사용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