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前복지 등 24명…법원 "과거 재판부 과오에 용서를"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의 대표적 공안사건인 '학림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이 2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학림'이란 명칭은 숲(林)처럼 무성한 학생 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뜻으로 당시 경찰이 붙인 이름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안영진 부장판사)는 30일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24명에 대한 재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과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해당 법률의 폐지를 들어 면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 등은 법원의 영장도 없이 체포돼 수십일간 불법구금과 고문·폭행 등의 가혹행위로 인해 범죄사실을 자백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무력진압을 통해 집권한 신군부세력이 자신들의 권력기반 안정을 기하고 국민의 저항의지를 꺾으려던 중 국가보안법을 악용해 정당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반국가단체 세력으로 조작한 것이 `학림사건'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국가가 범한 과오와 피고인들의 작은 신음에도 귀 기울여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한 과거 재판부의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이 전 장관 등은 1981년 6~8월 노동 및 학생운동 단체인 전민노련과 전민학련을 만들어 활동했다는 이유로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분실에 끌려가 온갖 고문과 구타를 당하며 거짓 자백을 강요당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전원 기소됐으며, 수사기관에서의 허위자백을 토대로 최고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작년 7월 "수사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고, 법원은 이씨 등이 청구한 재심을 받아들였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