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8 · 29 부동산 대책'으로 추석 이후 반등세를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매매시장에선 거래가 줄고 수도권 분양시장에선 '제로(0) 청약률'단지까지 등장했다. 시세차익이 어려워지면서 수익형 부동산이 급부상했고 1~2인 가구 증가로 도시형 생활주택도 큰 인기를 얻었다.

◆집값 약세 속 전셋값 급등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작년보다 1.5% 하락했다.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2.34%,2.93% 내렸다. 지난 10월 들어 수도권 집값이 반등하며 '입주지연' 사태가 완화되긴 했지만 기존 집을 팔지 못하고 분양주택 중도금 부담으로 고통받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 · 집 가진 거지)'까지 등장했다.

집값 추가 하락 전망에 보금자리주택 청약 등으로 수요자들이 전세를 선호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격차도 크게 줄었다. 서울 강남3구(강남 · 서초 · 송파구)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42.1%로 2006년 3월 42.6%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학군 수요가 몰리는 대치동 목동 상계동 등에서는 이사 2~3개월 전에 계약부터 맺는 '전세 선취매'까지 나타났다.

◆부동산도 미니 시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고정적인 월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 고시원 등 수익형 부동산이 각광 받았다. 서울 신천동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는 주상복합 아파트 미분양 속에서도 오피스텔은 평균 49.33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도시형 생활주택도 작년보다 8배가량 늘어난 1만3000여채가 인 · 허가됐다.

주택 시장에서도 소형이 인기몰이를 했다. 침체기에도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적고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이 부각된 덕이다. 보금자리주택 등 상대적으로 값이 낮은 중소형이 대거 공급된 데다 비싼 관리비와 대출이자 부담 등의 이유로 중대형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수도권의 전용 85㎡ 이상 중대형 미분양은 총 2만635채로 수도권 전체 미분양(2만9334채)의 70.3%를 차지했다.

◆지방부동산 시장 '열기'

부산 등 지방 부동산시장은 활기를 찾았다.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 마감하는 단지가 잇따라 나오고 미분양도 19개월 연속 감소하며 7만채 아래로 내려섰다. 지방 미분양이 가장 많았던 2008년 12월 13만9000여채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수도권 분양시장은 여전히 썰렁했다. 미분양 주택은 오히려 더 늘어 지난 10월 말 현재 2만9334채로 3만채에 육박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