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선수권 준우승…김연아와 1년 만에 맞대결

일본 피겨의 간판 아사다 마오(20)가 지난 4년간 '독무대'였던 일본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어렵게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얻어내면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은 지켰다.

아사다는 26일 일본 나가노에서 끝난 제79회 일본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27.47점을 획득,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66.22점)를 합쳐 총점 193.69점으로 안도 미키(202.34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 연속으로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세 차례(2006~2007년, 2009년)나 200점이 넘는 점수를 받아 최강자로 군림했던 아사다는 이로써 5년 만에 왕좌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그러나 아사다는 경기를 마치고 열린 일본빙상경기연맹 임시 이사회 결과 안도 미키, 무라카미 가나코 등과 함께 내년 3월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표 선수로 뽑히는 데는 성공했다.

아사다는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 불참하고 세계선수권대회만 준비해 온 라이벌 김연아(20.고려대)와 5년째 같은 무대에서 맡붙는다.

지난 3월 토리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년 만의 맞대결이다.

아사다는 2006년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가장 어려웠다고 기억될 만큼 우여곡절 끝에 힘겹게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김연아에게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내주고 4년 뒤 소치를 기약하며 일찌감치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 아사다는 야심 차게 출발한 올 시즌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각각 133.40점(8위)과 148.02점(5위)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그랑프리 파이널에조차 나서지 못한 것은 물론, 일본 대표 선수 자리까지도 위협받았다.

일본빙상연맹은 일본선수권대회 상위 입상자, 그랑프리 시리즈 성적, 세계랭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대표 선수 3명을 뽑는데, 아사다는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참담한 성적에 머문데다 세계 랭킹도 6위로 떨어져 스즈키 아키코(2위)나 안도 미키(4위)에게 밀리는 상황이었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가 1년 만에 아예 대회 문턱도 밟지 못하는 망신을 당할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일본빙상연맹도 대회를 앞두고 "아사다에게 특별 대우는 없다"고 공언해 자존심을 긁었다.

절치부심하며 마지막 기회로 삼은 일본선수권 성적도 썩 만족스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아사다는 지난 시즌에도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일본선수권대회에서 204.62점을 받아 우승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올해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선두로 나서긴 했지만 주특기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을 여전히 완벽하게 뛰지 못했고, 결국 프리스케이팅에서 안도 미키에 역전을 허용하면서 대회 5연패 꿈도 물거품이 됐다.

그나마 처음으로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190점이 넘는 연기를 펼친 것은 희망으로 삼을 만하다.

비록 완벽하게 뛰지는 못했지만 트리플 악셀을 더블 악셀로 낮춰 뛰지 않는 도전을 감행한 결과라 자신감도 어느 정도 되찾았다.

아사다는 "큰 장애물을 넘었다. 흥분되면서도 편안한 마음이다. 그동안 해온 고된 훈련이 결실을 보는 것 같다. 계속 더 강해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