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를 떠안는 조건을 달아 하청업체와 공사계약을 맺은 건설사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와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대주건설과 남양건설이 각각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취지는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에게 법률상 의무가 없는 부담을 강요하는 불공정거래를 금지하는 데 있다"며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등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형태의 부담을 지우는 것도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대주건설과 남양건설이 20~30여개 수급사업자들에게 건축공사를 하도급하면서 거래조건으로 자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도록 한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한 것'으로 법률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주건설은 2006년 5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20개 업체와 하도급계약을 맺으면서 미분양 아파트 49채를 분양받도록 한 사실이 2008년 공정위에 적발돼 시정명령과 함께 5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남양건설은 2005년 7월~2007년 3월 39개 하청업체에 미분양 아파트 69채를 배정하거나 대표이사의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의 수입자동차를 구매하도록 했다가 5억3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들 업체는 "구매조건을 강요했다거나 수급사업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으나 원심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