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갱단이 활개를 치는 멕시코에서 딸을 살해한 범인의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오던 어머니마저 괴한의 손에 목숨을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7일 EFE통신에 따르면 북부 치와와주시(市)에 거주하는 마리셀라 에스코베도(52.여)는 2008년 8월 사랑하던 딸이 살해된 뒤로 이른바 '열혈투사'가 됐다.

그는 범인으로 지목됐던 딸의 남자친구에 대한 처벌과 함께 1993년 이후로 치와와주(州)에서 발생한 여성 수백여명의 실종사건 조사를 정부에 촉구하며 딸을 잃어버린 부모이자 활동가로서 현장을 뛰어왔다.

그의 활동 덕에 딸의 남자친구인 세르히오 바라사는 2009년 살해혐의로 체포됐지만 1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에서 다시 유죄를 선고받아 구금됐다.

어머니의 끈질긴 투쟁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하지만 16일 정부 청사 앞에서 피케팅을 벌이던 에스코베도는 시위 도중 자신에게 접근해 온 남성 3명과 말다툼을 벌였고, 급기야 이들을 피해 거리를 가로질러 도망치다 괴한 중 1명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 있던 치안용 카메라에는 에스코베도의 피격 장면과 총기를 사용한 괴한이 차를 타고 도망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사건 전 에스코베도는 바라사 가족으로부터 위협을 받아왔으며 바라사는 1심 뒤 마약갱단인 로스 세타스의 조직원으로 가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사르 두아르테 치와와주 주지사는 현지 라디오 방송에 에스코베도는 치와와주에서 활력과 정의를 찾으려했던 인물이라며 바라사를 풀어줬던 1심 재판부를 기소키위한 절차의 일환으로 주 의회에 법관의 탄핵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