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 출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74 · 사진)가 14일 상 · 하 양원 신임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를 거뒀다.

AFP통신등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하원 신임투표에서 314표를 얻어 야권이 얻은 311표를 3표차로 앞질렀다. 하원에선 오랜 동지였던 지안프랑코 피니 하원의장이 결별을 선언하고 정적으로 돌아섬에 따라 다소 열세가 예상됐었다. 앞서 이날 오전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원 신임투표에서 162표를 얻어 야권의 135표를 가볍게 제치고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일단 2013년 차기 총선 때까지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집권당이 의회 내에서 근소한 차로 다수를 확보하고 있어 조기총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신임투표는 17세 나이트클럽 댄서와의 성추문과 그를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돼 사퇴압력이 고조되자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띄운 '승부수'였다. 신임투표를 앞두고는 그가 야당 의원들에게 돈을 주고 표를 매수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탈리아 최대 부호인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2001~2006년에 이어 2008년부터 현재까지 총리로 재임하고 있다. 1994년 처음 총리가 됐을 땐 뇌물스캔들로 6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후 끊이지 않는 성추문과 부패혐의, 마피아 연루설 등에도 꿋꿋이 정치생명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가 이탈리아의 주요 신문과 방송을 장악한 언론재벌이란 점이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