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특허 및 라이선싱 전문업체인 인텔렉추얼벤처스(IV)가 창업 후 처음으로 특허 소송에 나섰다. 3만건의 기술 특허를 보유해 '특허 괴물(patent troll)'로 알려진 IV의 소송 대상에는 한국 기업인 하이닉스반도체도 포함됐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V는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정보기술(IT) 기업 9곳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3개 분야에 걸쳐 IV 특허를 침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이닉스를 비롯해 엘피다 체크포인트 맥아피 시만텍 트렌드마이크로 알테라 래티스 마이크로세미 등이 대상이다. 하이닉스는 일본 엘피다와 함께 IV가 보유한 D램 및 플래시메모리 등 회로기술을 도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IV는 또 바이러스 검출 및 치료 등 보안기술 분야와 반도체 완제품 전의 시제품을 의미하는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분야에서도 소송을 냈다고 FT는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네이선 마이어볼드가 2000년 설립한 IV는 IT,바이오 분야 등의 특허를 미리 싼 값에 사들인 후 해당 기술을 사용하려는 기업들에 라이선스 비용을 받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IV가 벌어들이는 라이선스 비용은 연간 20억달러(2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IV는 3만건이 넘는 특허를 갖고 있음에도 단 한번도 직접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창업 후 처음 자회사를 통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이스트만코닥 등에 소송을 냈다.

IV가 특허 전쟁의 전면에 나섬에 따라 전 세계 IT 기업들과의 갈등도 깊어질 전망이다. IV가 본격적으로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무기로 소송을 제기하면 IT 기업들은 막대한 피해 배상을 하거나 높은 라이선스 비용을 합의해야 하는 등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IV와 포괄적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IV가 보유한 특허를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허 소송 위험에서도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