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택담보대출이 1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은행 정기예금은 올 들어 처음 감소하는 등 시중자금의 은행 쏠림 현상은 완화됐다.

한국은행은 11월 중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000억원으로 10월의 2조7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고 8일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은 2조9000억원 증가해 작년 7월(3조4000억원) 이후 1년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은 8월에 3000억원 감소했지만 9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 9월 1조7000억원에서 10월 2조2000억원,11월 2조9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커지는 추세다.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과 은행 대출채권의 양도분 등 모기지론 양도를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의 11월 증가액은 3조5000억원에 달했다.

한은은 "9월2일 부동산 대출 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 이후 주택 거래가 일부 늘어나고 집단대출도 증가한 것이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업대출 증가액은 10월 5조1000억원에서 11월 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중소기업 대출은 1조1000억원 줄어 6월(1조6000억원 감소)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한은은 우량 기업의 자금 수요 부진과 대출금 상환,일부 은행의 대출채권 매각 등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시중자금의 은행 쏠림 현상은 완화됐다. 은행 수신은 10월 13조7000억원 증가에서 11월 2조4000억원 감소로 전환했다. 저축성 예금 규모도 10월엔 20조3000억원이나 증가했지만 11월엔 4조16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월에 10조원 급증했던 정기예금이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2조5000억원)한 영향이 컸다.

김현기 한은 차장은 "개인보다는 지방자치단체나 법인 등 기관에서 예금을 인출한 효과가 컸다"며 "12월 연말 자금 수요가 있어 정기예금을 수시입출식으로 돌렸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예대율이 낮아진 일부 대형 은행이 거액의 예금 유치를 자제한 영향도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시중통화량 증가세는 4개월째 둔화됐다. 10월 광의통화(M2 · 평균 잔액 기준)는 작년 같은 달보다 7.6% 늘어 2006년 8월(7.5%)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11월 M2 증가율은 7%대 중반으로 추정됐다.

단기 통화지표인 협의통화(M1) 증가율은 9월 10.2%에서 10월 9.0%로 낮아졌다. 이 가운데 수시입출식 예금은 1조3000억원 증가했지만 현금통화는 2000억원,요구불 예금은 6000억원 감소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