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9일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마치 폭죽을 터뜨린 것처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7일 호남지역에서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발생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전라북도 익산시 춘포면 만경강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검사를 위하여 포획한 야생조류(청둥오리 39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형)가 1수 검출됐다"고 밝혔다.

영남지역엔 구제역이, 호남지역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정부 당국엔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 당국은 지난 4일 경북 예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구제역의 본격적인 확산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안동 구제역이 방역 작업 이전에 예천으로까지 퍼졌을 것으로 판단, 방역망이 구축된 이상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구제역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었다.

특히 지난 5일 `사통팔달' 지역인 대구광역시에서 접수된 의심신고가 `음성'으로 판정되면서 방역당국은 이번 구제역이 향후 3∼4일내에 소강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하지만 안동.예천.영양에 이어 인근 고령군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이번 구제역이 확산일로를 걸을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류인플루엔자까지 발생하면서 당국은 사실상 패닉상태다.

◇안동.예천.영양이어 고령까지
이번 구제역의 문제는 안동 구제역에 대한 검사 결과,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나 한우에서 항체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항원 양성(구제역) 반응이 나온 뒤 대략 일주일 이상이 지나야 항체 양성 반응이 생기기 때문에 이번 구제역은 초기 단계에 발견된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안동 방역망이 뚫렸다고 가정하면 초기에 발생한 바이러스가 이미 인근 지역으로 퍼져나갔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더욱이 안동 지역 농가 관계자가 구제역 발생 이전 구제역 바이러스가 상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어 현재로선 외부에서 유입된 바이러스가 방역망 설치 이전에 상당수 지역으로 퍼졌을 가능성도 큰 상태다.

하지만 명확한 역학조사가 나오기까지는 3∼4개월이 걸리는데다 조사 결과가 나와도 현재 진행중인 구제역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회에 상정된 가축전염예방법은 외국을 방문한 축산농가 관계자나 외국의 축산농가를 방문한 여행자는 반드시 국내 입국시 신고.검역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 법률로 제정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번 구제역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안동.예천.영양.고령 지역을 중심으로 2∼3중의 차단망을 치고 확산 저지에 힘을 쏟고 있지만 자칫 한 곳이라도 뚫리게 되면 이번 구제역은 확산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구제역 `계절요인' 무시..조류인플루엔자까지 겹쳐
통상 구제역은 3∼5월사이 기온이 선선할 때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은 본격적인 겨울철 초입에 발생한 것으로 계절적 요인을 무시한 것이어서 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은 급속히 전파되는데다 계절적 요인까지 무시하고 발생하고 있어 방역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계절적 요인을 무시하고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과는 달리 조류인플루엔자는 12월에서 2월까지가 요주의 기간이라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철새들의 이동시기를 맞아 최근 일본에서 파죽지세로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되면서 한반도가 조류인플루엔자 사정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주로 철새를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 조류인플루엔자가 철새를 따라 한국으로 넘어오는데 농가에서 기르는 가금류에 전파되면 국내 축산.가금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가뜩이나 이번 구제역으로 경북 지역의 경제적 손실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철새도래지인 호남 지역에 조류인플루엔자가 유입되면서 국토의 절반 이상이 가축 전염병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에 조류인플루엔자까지 겹치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숨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 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