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A씨(52)는 거동이 불편해 누워만 있다 보니 만성 창상(욕창)까지 생겼다. 치료를 위해 2주마다 병원을 오가야 하는데 교통편도 불편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 A씨는 앞으로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집에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상태를 점검하고 이를 병원에 전송한 뒤 처방까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덕분이다.


◆스스로 점검하고,의료진이 원격 처방

KT와 분당서울대병원은 병원 왕래가 힘든 환자들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개발 등 '유비쿼터스(U)-헬스' 프로젝트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올초부터 만성 창상,천식,알츠하이머병 초기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심전도 관리 등 총 4개 분야에서 의료와 정보기술(IT)을 융합,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이번에 개발한 만성 창상 관리 앱을 이용하면 보호자가 환자의 상처와 진물 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병원 시스템에 전송할 수 있다. 의료진은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상처 크기나 상태를 점검한 후 적절한 소독과 드레싱에 사용할 약제를 실시간으로 처방해 줄 수 있다. 경도 인지 장애 관리 앱을 사용하면 두 달간 주 3회씩 병원에서 받아야 하는 테스트를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가정에서 한 달간의 테스트가 병원에서 두 달 한 것만큼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천식 환자들은 긴급 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 휴대 중인 측정기를 스마트폰과 연결해 상태를 바로바로 체크할 수 있고,측정 데이터가 위험 수준이면 병원으로 즉시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병원에선 상태를 파악한 후 119에 바로 연락해 응급 출동이 가능한 구조다. KT와 분당서울대병원은 내년 상반기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하반기에는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통신 · 시스템 회사,시장 선점 노려

SK텔레콤 역시 U-헬스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고려대병원,충남대병원,조선대병원 등과 '모바일 병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선대병원에는 △모바일 의료 솔루션 도입 △병원 내 와이파이(무선랜) 구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스마트폰 공급 등을 통해 내년 초부터 U-헬스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인식 SK텔레콤 기업사업부문장은 "모바일 오피스와 원격 진료 시스템,유비쿼터스 솔루션 등을 도입해 환자와 의료진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병원의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LG CNS는 글로벌 U-헬스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LG CNS의 의료 시스템과 이메디정보기술의 솔루션을 결합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중소병원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LG CNS 관계자는 "2020년 회사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신성장 사업으로 U-헬스를 추진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 공략의 첫 단추로 아시아를 선택한 것은 의료정보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와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국내 U-헬스 시장 규모는 1조2000억~2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세계 U-헬스 시장 규모가 내년에 19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 U-헬스

유비쿼터스 헬스케어(ubiquitous healthcare)의 약자로,정보기술(IT)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다. U-헬스 시스템이 구축되면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맞춤형 건강 관리를 할 수 있고,도서나 산간 오지 사람들도 집안에서 화상 시스템 등을 통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긴급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 등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