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본부 감찰 조사 여부 주목

검찰 역사상 처음 임명된 특임검사가 이른바 `그랜저 검사' 의혹을 재수사한 지 18일 만에 정모 전 부장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함에 따라 당초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던 수사라인에 책임론이 제기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이 맡았던 그랜저 검사 수사가 미진했음이 특임검사 수사결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7월 "그랜저 대금은 차용관계로 판단되고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후배검사에게 사건과 관련해 얘기한 사실이 없다"며 정 전 부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도 무혐의 처분 결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정 전 부장이 고발된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차용 대금을 변제한 것으로 봤기 때문에 기소하면 유죄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국회의원들의 재수사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그러나 특임검사의 재수사 결과 정 전 부장이 차량 대금 등을 사건 청탁의 대가로 받은 사실이 드러난 만큼 사실상 기존 수사팀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결론이 난 셈이다.

종전 수사팀의 수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수사팀에서 의도적으로 불법 혐의를 덮은 것이 아닌지, 지휘라인의 판단에 잘못이 없었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명확하게 규명돼야 검찰이 `부실수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검 감찰본부의 감찰조사가 불가피해진 형국이다.

강 특임검사는 "재수사하면서 종전 수사팀의 잘못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일반적으로 종전 수사와 재수사의 결과가 다를 때 수사팀의 잘못이 있었는지는 대검 감찰본부에서 검토할 문제다"며 감찰 조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검찰에서는 재수사 결과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견해도 있다.

수사가 미진했을 때 항고 등의 절차를 거쳐 재수사 명령이 내려지고 이후 불기소 결정을 뒤집어 기소하는 사례가 흔하므로 이번 특임검사의 결정도 그러한 것 중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 특임검사 역시 "종전 사건은 수백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형사부에서 이뤄져 자금추적 등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재수사 결과는 특수부 검사들이 이 사건 하나에만 집중적으로 매달려 내놓은 것이라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재수사를 통해 `자정능력'을 보임으로써 그동안 제기됐던 검찰 수사의 공정성 시비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과 특별검사제 상설화 요구 등 여러 `외풍'이 약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폰서 검사' 의혹은 검찰 외부의 특별검사가 수사했음에도 핵심 의혹의 상당 부분에서 무혐의 결정이 났지만,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특임검사는 첫 수사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검찰 견제 여론이 잦아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적절한 수단을 동원해 효율적으로 재수사를 했고 추가 혐의까지 밝혀냄으로써 개혁 의지의 진정성을 보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폰서 검사' 사건 등 여러 악재가 겹쳤던 검찰이 이번 재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이 수긍할 정도의 자정 모습을 보인다면 외부 비판을 차단하고 신뢰를 회복해 청원경찰법 입법로비 수사와 여러 기업 비자금 수사 등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