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서 철수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대북 초강경 대응을 천명하자 개성공단의 한 입주업체 사장은 "남북교류가 완전히 끊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는 대북 경고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연평도 도발 이전에 정부 일각에서 만지작거렸던 대북 유화정책은 이제 완전히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지 않으면 정부로선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은 물론 민간 차원의 지원이나 교류도 더욱 엄격히 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지난 24일부터 대한적십자사의 대북 수해 지원 물자 반출을 전격 중단시켰다. 민간의 대북 지원 신청과 승인도 당분간 불허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경제교류 역시 완전히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북한이 비핵화 조치 등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면 제2의 개성공단도 가능하다"고 밝힐 정도로 남북경협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이날 담화문의 강성 기조로 볼 때 남북교류 확대는 당분간 물 건너갔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정부 당국자는 "지금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 상반기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를 내심 기대했던 현대아산 측은 "답답한 심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민간교류와 대화를 전면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의 태도가 바뀐다 해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경협의 유일한 창구인 개성공단은 당분간 유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5 · 24조치를 지속하고 인도적 지원을 더욱 엄격히 검토한다는 게 남북교류와 관련된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5 · 24조치에 개성공단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김병연 교수는 "개성공단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남북교류의 성과"라며 "군사적 대치 상태가 완화된 후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는 한 우리 정부로서도 개성공단을 포기하는 단계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개성공단을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선 항상 북한의 강경론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개성공단을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지난 23일부터 우리 국민의 신변보호를 위해 개성공단 출경을 통제했다. 다만 현지 직원의 생필품 공급과 공단 가동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원부자재 공급 등은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향후 남북관계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개성공단 출경에 대한 통제 수위를 조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진모/정종태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