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돈 현대자동차 부사장(울산공장장)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휴업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18일 밝혔다.

강 부사장은 이날 발표한 긴급 담화문에서 "최근 시작된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우리의 일터가 큰 혼란에 빠져 모두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조업단축뿐 아니라 휴업조치까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 400여명은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며 지난 15일부터 베르나와 클릭,신형 엑센트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에서 점거농성 중이다. 현대차는 이번 불법 파업사태와 관련,비정규직 노조의 이상수 지회장을 포함한 노조 간부와 조합원 52명을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비정규직 노조가 교섭 대상이 아닌데도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목적으로 불법 파업을 벌여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파업에 따른 피해에 대해 이미 낸 10억원의 손해배상 외에 이날 10억원의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강 부사장은 "비정규직 노조의 지속적인 점거 시도로 1공장뿐만 아니라 모든 공장에서 정상적인 생산이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하청노조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결국 전 직원에게까지 그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의 폭력 사태가 도를 넘었다고 보고 있다. 강 부사장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시트사업부 생산라인을 불법 점거하는 과정에서 볼트를 집어던지고 소화기를 분사해 관리자 일부의 코뼈가 부러졌다"며 "관리자로서 회사 시설물을 보호하고 생산현장의 안정을 유지하려는 것이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해야 할 행동이냐"고 하소연했다.

강 부사장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도 하청노조는 대법원 판결이 마치 전체 근로자가 적용받는 것처럼 선동해 조합원들을 불법 행동으로 내몰고 있다"며 "대법 판결을 이유로 정규직화를 주장하면서 온갖 불법행위와 폭력까지 동원하고 있는 하청노조의 모습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지금까지 총 5600대를 생산하지 못해 54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현대차는 울산 1공장이 나흘째 점거되고 있는 데 이어 지난 17일엔 아반떼MD를 만드는 울산 3공장과 싼타페,베라쿠르즈,아반떼HD를 만드는 울산 2공장 생산라인이 각각 멈추면서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 동부경찰서는 3공장에서 점거 파업을 벌이던 조합원 20명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 중 노조간부 3명에 대해서는 보강수사를 통해 19일 오전까지 구속영장 신청,불구속 입건 등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