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위기발생에 대비해 국제적으로 논의해온 금융규제안이 결실을 보게 됐다. 은행에 새로운 자본 및 유동성 규제를 도입하고 대형 금융회사(SIFI)를 별도로 규제할 수 있는 정책에 관해 G20 정상회의에 맞춰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금융규제안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와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마련했지만 한국이 G20 의장국의 자격으로 의견 조율을 주도해 얻어낸 가시적인 첫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 만하다. 특히 위기발생 이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국제적인 논의를 마치고 구체적인 정책 권고안을 정상회의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규칙 제정자'로서 한국의 역할을 대내외에 과시한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 2%인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을 4.5%로 올리고 위기상황에서 손실을 흡수토록 2.5%를 추가 확보토록 하는 등 자본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동시에 금융회사들이 적정 수준의 자본을 확보하고도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장단기 유동성 비율도 도입했다. 바젤Ⅲ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다른 하나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처럼 부실화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대형 금융회사를 추가로 규제한다는 내용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오늘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합의 사항을 철저히 이행하고 점검하는 일이다. 상세한 작업계획과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는대로 새 규제안이 차질없이 시행되도록 각국이 힘을 모아야 한다. 금융시스템 안정 없이는 실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도 불가능한 만큼 금융시스템의 보호막을 강화한 규제 개혁은 더이상 늦출 수 없다.

새 제도 시행으로 국내 은행들이 단기적으로 받을 충격은 크지 않다고 한다. 규제안이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데다 은행의 자본 수준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SIFI 규제에도 덩치가 작은 한국 은행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규제 강화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철저한 대비가 절실하다. 금융회사들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도록 자금조달과 자산운용의 새로운 모델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