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최근 개교한 북한 최초 사립 평양과기대학 소개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몽드는 27일 북한이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컴퓨터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는 등 첨단기술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어 일부 서방 기업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르 몽드는 이날 16면 전면을 할애한 평양발 심층기사를 통해 북한 정권이 평양 시내에 첨단기술 홍보 관련 포스터들을 붙여 주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최근 개교한 첫 사립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도 소개했다.

신문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겸 북한이 '강하고 부유한 나라'가 되는 해인 2012년을 앞두고 평양에 다시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서로 다른 대조적인 이미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하나는 개발사업으로 인한 도시경관 변화이며 다른 하나는 힘들어하는 북한 주민들이라고 말했다.

르 몽드는 바뀐 도시 경관으로 차량통행이 잦아지고 휴대전화 이용이 크게 늘었으며 공원에서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생기고 시장에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부족한 생활필수품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이는 공공 분배 시스템의 문제로 시장에서 제품들을 제대로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중국 상품들의 수입을 막으면서 주민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경공업 산업을 부흥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첨단기술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열쇠"라는 리기송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교수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첨단기술의 발전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이양을 별 탈 없이 이룰 수 있는 조건, 즉 북한 경제를 향상시키는 조건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 평양 김책공대는 1만5천명의 신입생 가운데 2천명을 정보기술대학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를 시작한 '수재들'에게는 4년6개월의 학제가 2년6개월로 축소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과학협회와 합동으로 노소테크라는 회사를 설립해 40여명의 북한 프로그래머를 뽑아 컴퓨터 게임을 개발하는 독일인 폴커 엘뢰서는 "20대 전후 북한 청년들의 능력이 탁월해 기술적으로 완벽한데도 중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비용도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고 르 몽드에 말했다.

이와 관련, 유럽 기업단이 이달 중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르 몽드는 북한의 기술 향상은 최근 개교한 평양과학기술대학의 목표이기도 하다면서 평양에서 20㎞ 떨어져 있는 포송리에 위치한 이 대학은 북한 최초의 사립대학이라고 말했다.

100ha의 캠퍼스에 최신 기자재들을 보유한 평양과기대는 한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김의 주도 아래 해외 한인 동포들이 3천500만달러를 지원해 세워졌으며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외국인 교수들이 영어로 200여명의 학생에게 정보기술, 엔지니어, 생물공학, 경영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하지만, 국민대 북한문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랑코프 교수는 "1970년대에 옛 소련도 기술에 북한처럼 희망을 품었으나 실망했다"면서 "기술에 거의 종교적인 믿음을 갖고 있는" 북한의 이러한 계획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르 몽드는 신기술이 "양날을 가진 칼"이라면서 초기 경제회복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반세기 이상 외부와 단절됐던 국가에 외부 정보가 전파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