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노조 조합원들 사이에 조합비 인상 반대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노조집행부가 전임자 급여 지급을 위해 조합비를 1만4200원 올리기로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의하자 과다한 전임자 수를 줄이는 게 먼저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기아차노조 내 분파 중 하나인 '기노련'은 이런 주장을 내세우며 조합원 서명운동을 벌여 이미 6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 서명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노조집행부는 내달 중 조합원 총회를 열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비 인상 건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 회사 노사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유급전임자 수를 종전 234명에서 21명으로 줄이고, 대신 노조가 급여를 지급하는 무급전임자 70명을 별도로 두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조합원들은 무급전임자 70명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한 셈이다.

기아차노조 조합원들의 움직임이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런 서명운동 자체가 이례적일 뿐 아니라 노조 문화 개혁을 위한 시도가 노조 내부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노조의 전임자 수가 너무 많고 그것이 노동운동을 강경일변도로 기울게 하는 큰 원인이 된다는 것은 어제오늘 지적돼 온 문제가 아니다. 노조 간부라는 이유로 일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을 받는 노동귀족들이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온갖 꼬투리를 잡으며 필요 이상의 투쟁을 벌여왔다는 이야기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내는 연맹비만 줄여도 조합비 인상요인이 크게 줄어든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있다. 이 회사 노조가 내는 연맹비가 매년 28억원에 달하고, 상급단체는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는 무관한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고 보면 조합원을 위해 조합비를 사용해달라는 요구는 정당성과 합리성을 갖는다.

우리가 누차 강조했듯 노조 전임자 수는 최소화하는 게 옳다. 전임자 급여를 전적으로 노조가 책임지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회사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기아차 조합원들의 조합비 인상 반대운동은 노조 문화 선진화의 계기가 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