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불화 등 사생활 노출 문제도

칠레 매몰광부 구출 드라마가 환호 속에 끝났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광부들의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정부의 지원 약속에다 각종 모금이 줄을 이었고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의 판권에 대한 기대는 남아있지만 대부분 광부들의 실생활은 녹록지 않다.

당장은 모금액 가운데 개인에게 돌아가는 1만2천 달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으나 그들을 고용했던 광산회사가 파산을 신청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재취업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제의받은 일자리는 대부분이 그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광산 사고 당시 지상에 남아있던 300여명의 직원도 회사가 없어지는 바람에 자신들도 살길이 막막하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카를로스 부구에노의 가족들은 흰 플라스틱 백에 바람을 넣어 죽음의 문앞에까지 갔던 그를 맞았다.

풍선을 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나무와 양철로 지어진 그의 집에는 16명의 가족과 친척이 함께 살고 있다.

부구에노의 거주지는 코피아포 시내 중심부에서 가깝지만 하수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불량배 조직들이 자신들의 지배구역을 표시하려고 전봇대에 걸어놓은 낡은 운동화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에디손 페나는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바닷가에서 캔디나 팔아 볼까? 그동안 정부는 우리를 위해 한 일이 없다"면서 "나는 두렵다.무슨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출신인 카를로스 마마니는 코피아포 거리의 불빛이 카펫처럼 보이는 외곽 언덕배기에 있는 빈민가 파드레 네그로 지역에 살고 있다.

38개 가구가 옹기종기 이어져 있는 이 지역에서는 하수시설이 엉망이고 식수를 구하기 위해서는 두 블록이나 떨어져 있는 공공 시설을 찾아야 한다.

마마니와 같은 마을에 사는 15세 소년 호세 바디요는 "이 지역은 밤이 되면 위험하다.마약이 거래되고 도둑이 활개를 친다.제법 오랫동안 여기에 살았으나 사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조심한다"고 말했다.

막막한 현실 속에 광부 7명은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직업 훈련과 함께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리고 언론의 끊임없는 표적이 된 자신들의 사생활을 보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사생활 보호 요구는 호니 바리오스와 클라우디오 야네스의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바리오스가 지하에서 고투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정식 부인과 애인이 지상에 있는 가족 캠프장에 동시에 나타나면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지상으로 올라온 바리오스는 기부금을 부인에게 주고는 연인 집으로 향했다.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또 다른 드라마를 중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야네스는 성대한 잔치를 준비한 친어머니의 집으로 가지 않고 자녀 둘을 가진 유부녀의 집으로 가버렸다.

그의 여동생은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유부녀의 집에 돌을 던지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사람들은 이제 지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생존 광부들은 언론의 집요한 추적에도 갈등이 없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판권 문제가 완전히 종결되기까지는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코피아포 AP=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