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 붕괴로 69일간 지하 700m에 갇혀 있던 칠레 광부들이 지상으로 생환하기 시작했다. 33명은 지하 갱도에서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체계적인 리더십도 보여줬다. 칠레 정부의 구조 작업이 CNN방송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 가운데,첫 귀환자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칠레 전역은 환호에 휩싸였다.

칠레 당국은 12일 오후 11시20분(현지시간)께 북부 코피아포 인근 산호세 광산에 매몰된 광부들의 구조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 시작 1시간여 만에 아발로스가 귀환한 데 이어 매몰 광부들이 속속 구출되고 있다. 구조 작업은 '불사조'란 이름이 붙은 캡슐에 광부를 1명씩 태워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매몰 광부 33명과 지하 갱도에 내려간 구조팀이 모두 지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최대 48시간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갱도에서 지상까지 약 16분간 캡슐을 타고 올라온 아발로스는 근 70일간의 지하 생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눈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를 쓴 채 캡슐에서 걸어나온 아발로스는 가족 및 친척들과 포옹을 나눈 후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얼싸안았다. 현장을 지켜보던 매몰자 가족들과 구조팀은 '비바(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아발로스는 매몰 광부 중 젊고 건강한 데다 판단력이 빨라 첫 번째 구출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의 뒤를 이어 마리오 세풀베다(40),후안 안드레스 이야네(52) 등 광부들이 속속 지상의 맑은 공기를 쐬게 됐다. 유일한 볼리비아 국적자인 카를로스 마마니(23)도 무사히 귀환했다. 구조팀은 몸 상태가 좋은 광부들을 먼저 구조한 뒤 고혈압과 당뇨,피부질환 등이 있는 광부들을 꺼내 올릴 방침이다. 매몰 광부 중에선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수아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우르수아는 지하 깊은 곳에서 가장 오래 생존한 사람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

구조된 광부들은 앰뷸런스를 타고 수백m 떨어진 간이 진료시설에서 약식 검진을 받은 뒤 헬기편으로 코피아포의 병원에 이송돼 48시간 동안 정식 진료를 받는다. 전날 의료진과 광산구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구조팀이 굴속으로 내려가 33명의 광부들과 대면한 뒤 구출 작업을 진행했다. 구조 작업과 관련,피녜라 대통령은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한편 칠레 주요 도시에선 시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구조 화면을 지켜본 시민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기뻐했다. 칠레 주요 성당에서도 광부들이 구조된 순간 일제히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거리의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생환을 환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